어떤 표정을 지을 때/ 황종권 어떤 표정을 지을 때 황종권 뼈가 어지러운 새가 허공을 견디는 동안 표정을 그러모은다. 얼굴에 골목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목구비 짙은 어둠이 모호한 감정으 로 기울고 고개 숙인 가로등만이 저녁의 인사법을 배운다. 아름다웠나, 아름다울 수 있었나 애써 발자국을 남기고 싶지만 사..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1
너는 나의 나라/ 이현호 너는 나의 나라 -운주저수지 이현호 세상에 없는 나라를 상상하면 조금은 살만해서 좋았다 가본 적 없는 본 적 없는 적 없는 없는 운주저수지에 밤마다 다녀가는 눈동자를 떠올리면 다음 생에 만나요, 라는 말을 이해하기 좋았다 늘 구름이 끼어 있어서 운주(雲柱)라고 불린 이름과 운주,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1
방민호 _ 월평/ 강지혜 : 좁은 길 『유심』2015-4월호 <월평-詩/ 방민호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서 발췌 좁은 길 강지혜 거대한 개와 마주했다 가야 할 곳은 저 모퉁이를 돌아, 지쳐 쓰러질 때를 돌아, 또 한참 개는 나를 보았고 나는 개를 읽으려 했다 적의는 없었지만 그것이 공포였다 내게 없는 결심을 가졌으..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15
폭이 좁고 옆으로 긴 형식/ 김지녀 『유심』2015-4월호 <유심이 주목하는 젊은 시인 : 김지녀/ 신작특집> 에서 폭이 좁고 옆으로 긴 형식 김지녀 망설이는 것만으로 우리는 옆이 길어집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옆이 전개될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점선들로 분할되곤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어요 약속했던 시간..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15
작은 화분에, 구름/ 강서완 작은 화분에, 구름 강서완 1 시시해 햄버거 속 머리카락 아파트 층간 두께 답이 없는 안부 명단 잃은 좌석 선한 말에 붙인 아플리케 갑질의 수직문화 햇살이 쓰담쓰담 바람으로 쓸어간 자리 사소한 분노는 미미해 우리는 다반사로 제 거미줄 흔들어 지척에 감정을 던지고 어제의 온기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15
성자(聖者)의 설교/ 황동규 성자(聖者)의 설교 황동규 유난히 길숨한 불타의 귀가 새들이 재잘대고 있는 덤불로 갔다. 붉고 파랗고 흰 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었다. 포롱포롱 저 녀석은 재잘재잘을 헤쳐 모여, 헤쳐 모여! 하고 있군. 아기 새 잃었나, 자꾸 뒤로 처지는 새들, 줄 잘못 섰는지 우왕좌왕하는 새들, 그리고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15
그냥 가/ 이명숙 그냥 가 이명숙 거스러미 하나도 떨어지면 아픈데 함부로 뒤돌아설 그런 인연 아니다 이별은 세상 떠날 때 딱 한 번 그때 하자 *『다층』2014-겨울호 <시조시단> 에서 * 이명숙/ 서울 출생, 2014년 『시조시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10
통 알 수가 없거든요/ 이종문 통 알 수가 없거든요 이종문 신사임당 그림 속에 말똥구리 세 마리가 말똥 구슬 굴리면서 어디론가 가는데요, 어쩌면 말똥구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말똥을 굴릴 때는 말똥구리라고 하고 쇠똥을 굴릴 때는 쇠똥구리 되는데요, 저 똥이 무슨 똥인지 통 알 수가 없거든요. *『다층』2014-겨..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10
어느 아빠의 하루/ 이보숙 어느 아빠의 하루 이보숙 세 살배기 딸을 등에 업고 사십 대의 그 남자는 배달 일을 한다 공장에 가려 해도 아이가 떨어지질 않는다 풀빵 장사를 나가려 해도 자본이 없다 엄동설한인데 아빠는 헬멧을 쓰고 아이도 털모자 위에 노란 헬멧을 씌우고 포대기로 아이를 등에 업고 오토바이를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9
박해람 시인이 쓴 '새로운 적자들의 탄생'/ 구현우 : 도그빌 『시와표현』2015-8월호 <기획특집_ 쓰고 싶은 시> 새로운 적자들의 탄생 : 박해람 도그빌 구현우 꿈에서 주운 개를 꿈 밖에서 키운다. 내가 먹는 밥을 먹인 다. 내가 아는 곳으로 데려간다. 발코니로 간 나의 개는 밑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를 태연 히 빨아들인다. 그게 발코니의 냄새..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