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광야/ 이육사

검지 정숙자 2015. 8. 1. 16:13

 

 

  *『유심』2015-8월호 <8월 기획/ 해방 70년 감격을 노래하다> 에서

 

 

       광야

 

       이육사(1904~1944)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든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굉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리게 하리라

                                                      (1945 유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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