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귀향/ 우대식 고래의 귀향 우대식 2010년 어느 여름이던가 시인 함기석은 이런 시를 썼다 백 년 후에 없는 것들(여러 시인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오늘 겨울날의 저문 상갓집에 앉아있다 고 박남철 시인 함기석의 예언이 너무 일찍 실현되었다 눈이 좀 더 내려야 하리 송이송이 이런 눈 말고 엉망..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31
그 후/ 조수림 그 후 조수림 남자가 길어졌다 뒤늦게 눈치챈 장례지도사가 남자의 무릎 을 꺾어 목관 안에 몸을 우겨 넣었다 무릎이 솟아올라 관 뚜 껑이 덮이지 않았다 뚜껑에 대못을 치려는지 무릎을 부수려 는지 망치를 집어 든 순간 서슬 시퍼런 큰아들이 멱살을 움켜 잡았다 새파랗게 수염을 민 둘..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31
서윤후_ 리바이벌/ 시인 연습 : 박남철 『시사사』2015.3-4월호 <시사사 리바이벌/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명시 명시집!!!_서윤후>에서 발췌 시인 연습 박남철 나도 한때는 詩人이고자 했었노라. ㅎ ㅎ ㅎ 굉장히 열심히 세수도 않고 다니고 때묻은 바바리 코우트의 깃을 세워 올리면서 봉두난발한 머리카락의 비듬을 자랑했거..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8
흑판/ 정재학 흑판 정재학 수업 중 판서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 물컹하더니 손이 칠판 속으로 들 어가 버렸다. 몸의 절반이 들어갔을 때 "선생님! 새가 유리창에 부딪쳐 떨어졌어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고 싶었으나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물에 빠지듯 흑판에 빨려 들어갔다. 칠판 속으..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8
원수가 된 고구마 친구/ 허우범 원수가 된 고구마 친구 허우범 친구가 고구마를 보내왔다 오래 전에 원수 사이가 된 줄도 모르고 봄날은 억지로라도 자라야 한다 생각의 흰 구름에도 마른버짐이 피던 그때 등굣길 고구마를 가져와서 속살 하얀 말로 내 유년을 둥실둥실 띄우던 친구 고구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6
웃는 염소/ 김유석 웃는 염소 김유석 뿔을 맞대고 힘겨루기 하는 줄 알지만 누가 먼저 웃나 내기를 하는 거다 뿔에 힘을 주고 웃음을 참고 있는 거다 먼저 웃는 염소가 지는 거다 진 염소의 수염이 더 길고 멋지다 *『시산맥』2015-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유석/ 1990년 《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5
호(號) 이야기/ 김형영 호(號) 이야기 김형영 나는 몇 개의 호를 가졌다. 어느 해 스승의 날 미당 선생님께서 내게 호를 하나 지어주셨다. "자네 고향이 부안이니 그곳의 명산 변산(邊山)으로 하시게. 변두리 산, 거 좋지 않은가." 법정 스님은 평소 내가 얼마나 허약하게 보였는지 "오래 사시라고 수광(壽光)이라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5
최종환_ 젊은 비평, 새로운 감성/ 돌멩이 : 이현승 『문학선』2015-봄호 <특집2-젊은 비평, 새로운 감성/ 거울 속에서 탄생하는 주체들 _ 최종환>에서 발췌 돌멩이 이현승 화난 사람들은 돌멩이를 하나씩 들고 물가로 간다. 돌멩이들은 부릅뜬 눈처럼 무섭다 눈을 향해 날아들 때가 제일 무섭다 머리 꼭대기 위에 오르는 아이들은 징검다..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5
김완하_이 계절의 시인/ 얼굴 : 유자효 『시와정신』2015-봄호 <이 계절의 시인, 생 체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의 언어_김완하>에서 발췌 얼굴 유자효 "잠깐 서 있어 봐" 외출하려는 나를 불러 세우는 아내 "당신 얼굴이 생각이 안 나" 한참을 가만히 뜯어보더니 "됐어. 가 봐" 오래 전에 돌아가신 장인의 얼굴도 또렷이 떠오른다..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5
긴 여름/ 강서완 긴 여름 강서완 자음을 잃은 소녀야 네 날개에 태양의 지문을 찍자 꽃을 밀어 봐 별을 불러 봐 냉기로 붙박인 별과 별과… 별의 거리 차량을 세워 구걸하는 소녀야 불타버린 아버지 어머니 흰 별의 값을 삼촌이 탕진했구나 수년 발길질에 터진 머리 온몸엔 상처 맨발의 열쇠는 이마에 끓..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