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밀봉/ 윤의섭

검지 정숙자 2015. 8. 1. 20:34

 

 

        밀봉

 

      윤의섭

 

 

  기다릴 일만 남았지

  충분히 고통스러웠으므로 시간을 거스를 수 있게 되었거

  마지막 그대로 영원해진 거지

  기억하는 한 서서히 숨 막혀가겠지만

  온기는 차단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우주에서 단 한 가지

위로여서

  너는 유일한 체온을 갖고 있지 고통은 사라지지 않으면

선물이 되는 거지

  완벽해지는 거지

  뒤틀어진 암흑의 선반 위에 올려놓고 경배하지는 않겠지

  썩어가든가 잘 숙성되든가

  같이 순장될 물기 털어버릴 수 없었던 먼지 살에 밴 냄새

고독의 냄새로

  은근해지든가 파멸에 이르든가

  이 유폐는 비유폐의 날들을 봉인하는 방식

  최후의 최초가 아니라면 열지 말아야 하지

  꽃향기에서 꽃 피지 않고 눈 내린다고 겨울이 도래하는 것

도 아니지

  이미 결과일 뿐이니

  성지는 과거형이므로 성스러운 것이니

  어떤 계절은 천만 번을 왔다 가도 이 온혈을 식히거나 덥

히지 못하는 거지

 

  *『현대시학』2015-8월호 <신작시> 에서

  윤의섭/ 1994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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