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추억 에세이_뿌리 불러오기 : 황희순
뿌리 불러오기 황희순 사람들은 왜 처음 만나면 고향이 어딘지 궁금해 할까. 고향을 뿌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프로이드는, 아동의 초기 경험이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주며 사회성과 성격이 형성됨을 주장했으니, 어느 곳에서 어떤 물을 먹고 자랐는지를 알면 그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용궁이라고 말한다. 대청댐이 만들어짐으로 내 고향은 뒷동산까지 수몰되었으니 용궁, 맞다. ‘충청북도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는 지도에서 영원히 사라졌고 사람들은 온갖 사연을 보퉁이에 싸들고 뿔뿔이 흩어졌다. 용궁이 되기 전 고향의 기억을 불러오면 물속에 잠긴 그림자처럼 어른거리기도 하고 오래된 앨범 속 사진처럼 뒤엉켜 있다. 계절은 쉼 없이 오고 가도 내 기억 속 계절은 멈추어 있다. 멈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