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346

민들레는 날아간 씨앗을 걱정하지 않는다/ 정숙자

민들레는 날아간 씨앗을 걱정하지 않는다 정숙자 어린 시절 이후,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일까? 학업이나 직장, 경제력 등등 이력서에 기재할 수 있는 사항 말고, 인간이면 누구나 겪게 마련인 그 ‘힘든 일’ 그게 과연 무엇일까? 병원에 접수하여 수술 받거나 주사바늘로 해결할 만한 것도 아니고, 어느 자리에서 떠벌일 일도 아닌, 너무나 사소하지만 너무나도 불편한 일. 마음이라는 광장을 어지럽힐 뿐더러 새아침이 오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가느다란 끈. 그것을 일러 우리는 인연이라 한다. 인연의 폭은 참으로 넓어 혈육에서부터 우정과 사랑, 선후배와 동료, 사제지간, 이웃까지를 포괄한다. 그뿐일까. 한순간 지하철 옆자리에 앉았던 이까지도 개개인의 우주에 없어서는 안 될 별들이다. 깊이 모를 이 현..

에세이 한 편 2014.11.25

행복이라는 손님/ 정숙자

행복이라는 손님 정숙자 행복은 긴한 손님이다.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온다. 그러나 잠깐 머물고 간다. 결코 오래 묵지 않는다. 행복은 어느 누구보다도 영리하고 민감하며 자신의 품위를 지킬 줄 안다. 그가 만일 장기간 체류한다면 우리는 첫 순간의 기쁨을 잊어버리고 점차 불만을 토로하게 될 것이다. 상대가 불편을 느끼는 찰나, 아니 그 이전에 벌써 행복은 자신의 본래 거처인 머나먼 대기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우리는 너무 빨리 다녀간 그를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다시 한 번 방문해 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그러므로 행복은 대개 우리의 앞에 있거나 까마득한 뒤쪽에 있기 마련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대서 심히 고민하거나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행복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에세이 한 편 201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