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고치장의 개들은
새끼만 낳다 죽어요
손현숙(시인)
사람은 뱃속에 열 달 동안 아기를 품습니다. 개도 일 년에 한두 번 발정기를 갖는 것이 정상적인 출산 과정입니다. 그러나 씨 고치장의 개들은 발정제를 먹고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합니다. 결국 새끼 낳는 기계로 삶을 마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녀석들의 몸은 만신창이가 됩니다.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로 녀석들의 생명은 그리 길지 못합니다. 사람의 모성만큼이나 동물의 모성도 대단한 것인데 번식용 개는 새끼를 낳자마자 새끼와 강제로 이별을 당합니다. 누가 사람에게만 영혼이 있다고 주장했을까요? 개들도 영혼이 있어서 주인을 사랑하고 따르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 주위를 맴맴 도는 건데 말이지요. 단지 먹이를 주는 존재로만 여겨서 개들이 사람을 따르는 것이리라는 생각은 너무도 단세포적인 판단입니다. 개들은 본능적으로 사랑을 알아서 그 사랑에 목을 매는 것입니다. 그런 영성의 육체에 새끼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들 역시 사람과 다를 바 없어서 새끼는 자기의 또 다른 모습이라 여길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그렇게 배 아파서 낳은 새끼를 씨 고치장의 개들은 단 하루도 품에 품어 보지 못하고 모르는 손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만이 지적인 존재라 여기는 인류의 오만은 어쩌면 자연의 보복 후에나 반성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을 자는 나를 벌떡 깨우는 저 눈동자……. 아무것도 담지 않은 눈, 아무것도 희망하지 않는 삶……. 누가 저들을 저리도 무력하게 만들었을까요? 온종일 철창에 갇혀서 발정제를 먹고 발정하고 교배하고 새끼 낳고 또 멍하게 앉아 있다가 발정제, 교배, 새끼……. 저들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저 짓을 반복해야 합니다. 죽을 때까지 이별하고 죽을 때까지 죽어 사는 몸.
아무리 생각해도 저 살아 있는 한 세상이 무간지옥입니다. (116-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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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의 법적인 보호기간은 10일이다. `10일 안에 주인이 찾지 않으면 동물의 소유권은 관할 지자체로 넘어간다. 너무나 많은 동물이 버려져 유기동물보호소로 오기 때문에 이 동물둘을 모두 돌보는 것은 안락사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한 해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한다.(112-113쪽 「순한 채소처럼 왔다 갑니다」말미)
*유기동물 이야기『나는 사랑입니다』에서/ 2012.5.30 <(주)넥서스> 펴냄
*손현숙 / 서울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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