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346

단점까지 사랑하라/ 정숙자

단점까지 사랑하라 정숙자 따뜻함은 종교다. 아니, 종교 이상이며 종교 이전이다. 따뜻함이 없다면 풀씨 하나도 움트지 못할 뿐더러 제아무리 뛰어난 유전자일지라도 생명력을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좌절과 역경, 희망을 돌보는 종교는 어느 사원이나 돌탑이 아닌, 어느 사원이나 돌탑을 세우게끔 살았던 한 사람으로부터 출발한다. 꺼지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따뜻함을 유지했던 한 사람, 그가 곧 사원의 첫 번째 주춧돌이자 창틀이며 범종이고 바이블일 것이다. 오늘은 11월10일. 어느새 인디안 썸머(Indian Summer)도 지나갔다. 인디안 썸머란 10월 말이나 11월 초, 그러니까 겨울이 되기 전 아주 잠깐 동안 여름 날씨와 같은 기온이 이어지는 시기를 말한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

에세이 한 편 2012.12.21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숙자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숙자 지구는 가슴뿐인 신체다. 그도 처음엔 수족을 갖춘 몸이었겠지만 헤아릴 수 없는 우주 시간 속에서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 돌출부나 모난 곳이라고는 다 마모되어 한 덩어리 둥근 가슴만 남았으리라. 풍파에 씻기고 깎여 너나없이 닮은꼴 되어버린 해변의 몽돌들, 제아무리 개성파였을지라도 결국 엇비슷한 모습의 노인이 되고 마는 우리네 또한 일생이라는 단 한 번의 공전을 향해 쉬지 않고 자전하는 존재들이다. 나의 공전축도 어느새 기울어 이런저런 생각들이 하릴없이 쌓여간다. 사뿐사뿐 ‘생각’ 없이 들뛰어도 좋았던 시절의 무릎이야 얼마나 가벼웠던가. 산책로에서 내가 두꺼비를 발견한 건 재작년 봄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잘 걷지 못할 때,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자니 길섶 비탈진 곳에 ..

에세이 한 편 201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