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는 돌아갈 집이 없어요 허수경(1964-2018, 54세) 당신은 당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돌아갈 집이 없는 나는 모두의 집을 찾아 나섭니다 밤별에는 집이 없어요 구름 무지개 꽃잎에는 우리의 집이 없어요 나는 아버지가 돌아간 집에는 살 수 없는 것 세월이 가슴에 깊은 웅덩이로 엉겨 있듯 당연한 것입니다 전쟁을 겪어 불행한 세대가 전쟁을 겪지 않아 불행한 세대가 세월의 깃을 재우는 일조차 다른 것 그래서 나는 돌아갈 집이 없어요 배고픈 어미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땅을 가로질러 함께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함께 노래를 하고 꿈을 꾸고 아버지 나는 갑니다 모두의 집을 찾아 칼을 들고 눈을 재우며 -전문- ▶타향의 도시 '서울' 욕망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