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과 오븐 박연준 늙는다는 건 시간의 구겨진 옷을 입는 일 모퉁이에서 빵 냄새가 피어오르는데 빵을 살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진다 미소를 구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높은 곳에 올라가면 기억이 사라진다 신발을 벗고 아래로 내려오면 등을 둥글게 말고 죽은 시간 속으로 처박히는 얼굴 할머니가 죽은 게 사월이었나, 사월 그리고 사 월 물어볼 사람이 없다 당신과 나를 아는 사람은 모두 죽거나 죽은 것보다 멀리 있다 사랑을 위해선 힘이 필요해, 라고 말한 사람은 여기에 없다 만우절에 죽었다 그의 등, 얼굴, 미소를 구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사랑과 늙음과 슬픔 셋 중 무엇이 힘이 셀까 저울로 들고 오는데 힘은 무게가 아니다 힘은 들어볼 수 없다 재봉틀 앞에 앉아 있고 싶다 무엇도 꿰매지 않으면서 누가 빵을 사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