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수_『메타모포시스 시학』(발췌)/ 봄날 : 여상현 봄날 여상현(호적:1914. 2. 9~ / 족보:1913. 1. 20~ / 1964. 12. 5, 生死不明其間만료/p. 301-302) 논두렁ㅅ 가로 바스락 바스락 땅강아지 기어나고 아침 망웃 뭉게뭉게 김이 서린다. 꼬추잠자리 저자를 선 黃土물 蓮못가엔 藥에 쓴다고 비단개고리 잡는 꼬마둥이 녀석들이 움성거렸다. 바구니 낀 계집.. 비평집 속의 시 2020.03.07
전해수_『메타모포시스 시학』(발췌)/ 니얘기 : 주요한 니얘기 - 어린 누이들에게(주요한, 『아름다운 새벽』1924, 수록시) 주요한(1900-1979, 79세) 고운 손에 새로운 「날」을 든 봄이 초록색 긴 치마를 입고 걸어옵니다 눈_속에서 생겨난 토기새끼가 봄을 맞으러 산기슭에서 벌판으로 뛰어갑니다 아_봄이 옵니다. 햇빛에 번뜩이는 시냇물 우에, 주.. 비평집 속의 시 2020.03.07
양경언_ 평론집 『안녕을 묻는 방식』/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 김민정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김민정 처음 극장이란델 가서 본 영화가 「개 같은 내 인생」이었다. 하필 그랬다 중학교 1학년을 단체 관람시킨 도덕 선생님은 전교조였다. 하필 그랬다 한 번 봤으면 됐지 싶은 영화를 보고 또 보러 다니는 사이 선생님은 이미자도 아니면서 섬마을 선생님으로 불.. 비평집 속의 시 2020.01.28
김윤정_ 시 치료의 원리와 방법『위상시학(位相詩學)』/ 검은 사이프러스 숲 : 주영중 검은 사이프러스 숲 주영중 배꼽에 거대한 입이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붉은 입이 웃는 일이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 어서오세요, 이 검고 칙칙한 땅의 어둠 속으로 아름다운 즙들로 우린 하나 될 수 있을 거예요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눕고 있으니, 무덤들 위에서 검은 머리카락들이 .. 비평집 속의 시 2019.12.27
김용직 『현대 경향시 해석 / 비판』(발췌)/ 우리 오빠와 화로(火爐) : 임화 우리 오빠와 火爐 임화(1908-1953, 45세) 사랑하는 우리 오빠 그만 그렇게 위하시든 오빠의 거북紋이 火爐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조그만 旗手라 부르든 영남이가 地球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時間을 담배의 毒氣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紋이 화로가 깨어졌어요 그리하여 지금은 火적가락이 불상한 永男이하구 저하구처럼 또 우리 사랑하는 오빠를 일흔 男妹와 같이 외롭게 벽에가 나란히 걸렸어요 오빠……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왜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드러가실 그날 밤에 연겹허 마른 卷煙를 세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아렀어요 오빠 언제나 철없는 제가 오빠가 工場에서 도라와서 고단한 저녁을 잡수실 때 오빠 몸에서 新聞紙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빠는 파.. 비평집 속의 시 2019.04.13
금은돌_ 문학 읽기 『그는 왜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까』(발췌)/ 공모 : 정재학 공모共謀 정재학 죽은 지 이틀 만에 시체에서 머리카락이 갈대만큼 자라 있었다 나와 그림자들은 시체를 자루에 싸서 조심조심 옮겼다 그림자 하나가 울컥했다 죽이려고까지 했던 건 아닌데…나머지 그림자들이 그를 달랬다 그러지 않았다면 네가 죽었을 거야차 트렁크 열고 시동 좀 걸.. 비평집 속의 시 2019.03.31
이찬_비평집 『시/몸의 향연』(발췌)/ 잠 속의 잠 : 김다호 잠 속의 잠 김다호 차단기 앞에 서면 텅 빈 가슴 속에서 기적 소리 들린다 저무는 노래들 바람에 휩싸여 레일 위로 눕고 빛인 듯 바람인 듯 흘러가는 철길을 멍하니 바라볼 뿐 눈을 감으면 장자의 껍질을 깨고 나와 날갯짓하는 나비들 까마득 하늘을 뒤덮는데 거친 매듭을 닮은 나비 떼들 .. 비평집 속의 시 2019.03.13
이찬_비평집 『시/몸의 향연』(발췌)/ 고도를 기다리며 : 이현승 고도를 기다리며 이현승 도망갈 곳이 없다 우리는 변화를 갈망했지만 결국 갈망 자체에 안주해버린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도 진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천년 전 사람에게서 같은 절망의 내용을 보았을 때의 비참. 천년째의 갈증을 입에 녹인다. 전생이 있다면 왜 나는 기.. 비평집 속의 시 2019.03.13
이덕주_시 비평집 『톱날과 아가미』(발췌)/ 물계자의 노래 : 강영은 물계자*의 노래 강영은 나는 어느덧 지렁이처럼 거미처럼 무엇보다 지네처럼 풀밭을 지나는구나 긍정과 부정의 수많은 다리로 흔들리는 몸을 건너는구나 어둡고 습한 곳에 사는 공벌레처럼 나는 또 접이식 몸을 둥글게 말아 아침 화단가에 흩어지는 그늘을 딛고 잡초를 뽑는구나 썩기 .. 비평집 속의 시 2019.03.01
강기옥_평론집 『느림의 계단에서 읽는 시』(발췌)/ 고추밭 : 최철호 고추밭 최철호 이랑마다 탐스런 고추 주절주절 열린 고추밭을 보면 먼 길 가신 어머니가 아른거린다 고추농사 만큼은 유난히 해마다 동네 으뜸 고추왕이라 칭송이 자자하던 어머니 당신의 고추농사는 여기저기 흩어진 자식들에게 질 좋은 고출 먹이고픈 일념에 여름 땡볕 따윈 아랑곳 .. 비평집 속의 시 2019.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