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의 용비지龍飛池
박희진(1931-2015, 84)
충남 서산에 용비지라는 큰 저수지 있는데요.
하늘 나는 용의 모습도 비친다는 뜻일까요?
작은 섬 위엔 아름다운 정자도 있어요.
하늘 · 땅 · 사람의 절묘한 조화 보고 싶거든 이곳에 오세요.
-전문-
▶ '우리'라는 감각 혹은 세계수/ 영원의 순간들, 박희진의 『니르바나의 바다』(발췌)_김영범/ 문학평론가
박희진이 실험했던 다양한 단형시, 이른바 '4행시'의 하나이다. 시가 그려 낸 것은 저수지에 조성한 인공섬과 거기에 세운 정자이다. 그러나 풍경이 완성되는 것은 수면에 비친 하늘과 땅에 사람이 더해지면서이다. 한데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가 어우러진 이 경관이 흥취를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저수지가 품고 있는 것이 우주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광대무변한 우주를 제 안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이 과정에서 인간은 시각적으로 확대된다. 착시의 결과, 그에게는 오래전 망각해 버렸던 우주적인 하모니를 상기할 기회가 주어진다. 잠시겠지만 말이다. 박희진 시의 주체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부르는 이유는 비록 일순이라도 그것을 나누고 싶기 때문일 터이다. (p. 시 279/ 론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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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범 평론집 『증상의 시』에서/ 2023. 1. 20. <파란> 펴냄
* 김영범/ 1975년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실천문학』으로 평론 부문 등단, 저서『한국 근대시론의 계보와 규준』『신라의 재발견』(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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