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최승호 뼈다귀가 가죽을 내미는 늙은 것이 털이 빠지고 웅크린 채 홀쭉한 뱃가죽을 들썩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늙은 것이 쇠사슬에 목덜미가 묶인 채 짖어댄다 짖어댄다 짖는 일도 뜸하던 늙은 것이 머지않아 턱이 떨어지고 이빨마저 다 빠져버릴 병들고 늙은 것이 짖어댄다 짖어댄다 교회당 종소리가 뎅그렁거리고 유난히 크고 밝은 금성이 번쩍번쩍거리는 새벽에 돌연 늙은 개의 짖음은 음울하고 서러운 늑대의 울음으로 변해버린다 시커먼 늑대의 울음이 새벽하늘을 시커멓게 적셔버린다 -전문- ▣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과 최승호의 시(발췌)_강경호/ 문학평론가 스무 살 무렵에 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65세)를 만났다. 이미 10여 년 전에 생을 마감한 화가였지만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의 존재를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