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빨강색이 코치닐이란 말지요?
김명리
연지벌레 삼천 마리를 잡아야
5밀리그램 물감이 나온다는
저 빨강색이 코치닐이란 말이죠?
선인장에 붙어사는
연지벌레 내장으로 만든 색!
연지벌레의 괴로움
연지벌레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코치닐에는 절대로 다른 색을
섞고 싶지 않다고 했나요?
비 오는 날이면
내리는 빗물에
우왕좌왕 흔들렸을 슬픔의 냄새
그림 속 앵두나무 가지를 뒤흔드는 것은
몰아치는 사월의 비바람
아직도 씌어 지지 않은 한 편의 시
악몽 속이 이다지 붉고
앵두나무 한 가지에서
한 알의 앵두를 거두는 일이
스스로 눈물겨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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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9-12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명리/ 198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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