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아래 풀 외 1편
송은숙
사각형 돌들을 박아 만든 주차장
돌과 돌 사이마다 풀이
잔디며 독새풀이며 마디풀 같은 것이 빼곡하다
살고자 하는 것들 저리 허공 휘저어 그어놓은 눈금
초록 분필로 그린 모눈종이 같다
빈틈없이 급급하다
땅을 고르고 돌을 놓을 때 어느 싹은
온몸 노랗게 되도록 벽을 긁다가
색을 거두고, 줄기를 거두고
한 점으로 오그라들어 깊이 단단해졌다
빛의 기억을 품고 지그시 어둠을 견뎠다
종일 내린 봄비가 햇살처럼 흘러넘칠 때
기억은 풍선츠럼 부풀어
옆으로 옆으로 먼 길을 돌아 터져 나온다
돌과 돌 사이는 빈틈없이 급급하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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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물
봉숭아물을 들일 땐 꽃잎뿐 아니라
봉숭아잎도 넣는다
잎을 넣는 게 물이 더 잘 돈다 더 붉다
봉숭아잎을 찧을 때
잎맥이 끊어지고 살이 으깨질 때
초록물이 배어나온다
초록은 마음을
초록은 마음을 베인 색깔이다 날카롭다
손톱에 친친 감긴 초록은 묵처럼 엉겨
하룻밤 새 붉게 변한다
마음이 붉어진다
처음부터 붉은 단풍보다
초록이었다 붉어진 단풍이 더 붉다
애초에 초록은 붉음과 같은 색이다
봉숭아물을 들일 땐
꽃잎 뿐 아니라 마음 한 조각 넣어야 한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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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크『화요문학』2019 / 23호 <시인 조명>에서
* 송은숙/ 2004년《시사사》로 시 부문 & 2017년 『시에』로 수필 부문 등단, 시집『돌 속의 물고기』 등, 시론집『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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