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버려두렴, 나의 우주를 외 1편
금시아
징조도 없이 어느 날 문득,
엉뚱한 목표치에 도달하듯 일상이 급변하면 환경은 재빨리 자신의 경계를 재설정한다지
낯선 일상의 등장은 순식간에 익숙함을 제지하거나 편안함을 격리하고 말지
간섭하지 않으며 침범하지 않는 경계
자연의 거리 두기는,
생성보다 더 먼저 존중되는 규칙이었다지
타자끼리 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도 어떤 견고한 고통보다 더 먼저 성장하고, 부피와 질량을 알 수 없는 생소한 슬픔과 외로움, 참을 수 없는 고통마저도 묽게 숙성시켜버리고서는, 비로소 가장 작은 따듯함과 숭고함으로 서로의 눈물 닦아주는
저 자연의 우주는, 고독한 거리 두기에서 출발한 거라지
얼마만큼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얼마만큼 자연스러워야 더 깊이 더 많이 고독해질까
제발 내버려두렴, 나의 우주를
-전문(p.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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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한여름이 탐욕스레 그림자를 잘라먹고 있었다
그날처럼 장대비가 내린다
기척을 통과한 시간들
폐쇄된 나루에 주저앉아 있고
물과 뭍에서 나는 모든 것들의 적막
파닥파닥 격렬을 핥기 시작한다
한여름이 햇살을 변호하고
그림자가 그림자의 풍문을 위로하면
열 길 넘는 금기들
장대비처럼 세상을 두들기며 깨어날까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왜 휘몰아치는 격렬마저 쓸쓸한 것일까
조용히 상을 물리면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가득해
서늘하거나 다정한 그리움 하나,
소용돌이치며 자정을 돌아나간다
간혹, 이런 장대비의 시간은
그림자 떠난 어떤 기척의 쓸쓸한 자서전이다
-전문(p.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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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 』에서/ 2024. 9. 23. <푸른사상사> 펴냄
* 금시아/ 전남 광주 출생, 2014년 『시와표현』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입술을 줍다』『툭,의 녹취록』, 사진시집『금시아의 춘천 시詩_미훈微醺에 들다』, 산문집『뜻밖의 만남, Ana』, 시평집『안개 사람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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