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식탁
최서진
세상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듯
혼자 먹는 저녁
슬그머니 실존한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고요 앞에서
나는 홀로 밥을 먹는 고독한 왕
봄 바다처럼 찻물이 끓는데
늙은 손목을 가진 왕은 꾸물거리고
뜨거움이 모자란 차를 마신다
왕은 밥을 먹으며 한 발로 다른 발을 긁는다
국물을 흘렸는데도 닦지 않는다
일방통행로처럼 시간이 만들어 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믿는 표정이 되어
더 '고독하세요' 왕이 명렬하고 왕이 듣는다
한없이 다정하면서 외로운 식탁에 앉아
고독한 왕은 책을 읽고 행운이 담긴 편지를 쓴다
가장 느리게 오고 있는 행운의 편지를 기다리며
봄 바다의 반짝임에 대하여
슬그머니 혼자서 중얼거리며
-전문(p.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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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3-여름(67)호 <신작시>에서
* 최서진/ 충남 보령 출생, 2004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내 사람은 눈물보다 먼저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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