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살을 먹는 들개의 살을 먹는 호랑이의 살을 먹는······
이장욱
······그런 환상 속에서
나는 거북의 살을 먹는 들개였다가 들개의 살을 먹는 호랑이였다가······
개미가 되었지.
개미가 되니 좋았지.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고 결국
호랑이를 잡아먹을 수 있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당신의 살과 내 살 사이의 거리는
당신의 죽음과 내 죽음 사이의 거리와 같아서
우리는 거의
한 몸이었다.
나에게 추도사를 해주세요.
들개가 거북의 추도사를 하듯이
호랑이가 들개의 추도사를 하듯이
우리는 사무실을 나와 다운타운을 걸어갔다.
개미 군락처럼
긴 생이 펼쳐져 있었다.
-전문 (시집『음악집』 2024. 문학과지성사)
* <이달의 시 현장 점검> 中 (p. 198-199)
- 좌담: 오은경 · 정재훈(사회) · 전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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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6월(414)호 <이달의 시 현장 점검/ 좌담> 중에서
* 이장욱/ 시인,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오은경/ 시인, 2017년 『현대문학』로 등단
* 정재훈/ 문학평론가,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전호석/ 시인, 2019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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