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윤정희
곱지 않은 손이 부끄러워
숨기려고만 했다
우심방 좌심방 흘러내린 수맥은
木 火 土 金 水 月丘와 平原을 돌아
五岳의 봉우리에 대를 이은 지문이 맺혀
흐르다 불거진 산맥은
내 엄마 고단한 한생이 쌓인 굽은 잔등이
씨줄 낱 줄 난맥처럼 엉긴
골진 무늬는 제 살 파먹고 사는 게
인생이더라고 쓴웃음으로
퉁치던 내 아버지 얼굴
눈썰미 좋은 내손 횃불 하나 밝히질 못해
느릅나무껍질 같은
내 세월 읽다 보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
위로처럼 손톱 위에 돋 새긴 꽃들
가끔 별들의 입술이 머물다 갔지
솟았다 허물어진 산맥
갈기를 세운 사나운 바람에
나래가 꺾여도 돋아나는 맥박들
기도를 배우지 못한 손안에도
골골이 수맥은 돌아
새 움이 터지는 내 영혼의 눈
-전문(p. 12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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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신작시 >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윤정희/ 2016년 『문파』로 시 부문 & 2017년 『문파』로 수필 부문 등단,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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