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삼존 마애불
김충래
울 수 없게 태어나서
우는 방법을 모르지만
울지 않아도 삼키는 눈물
묵묵히 슬픔을 참는다
보는 중생마다
온화한 백제의 미소라 일컬어
흥망사에도 태연했지만
조금씩 망가지는 세월에
찡그릴 수 없어 웃는다
속이 시커멓게 멍들어도
미소만 띠며 천오백 년을
서 있는 탐진치의 삼존불
속울음 들을 수 있는 부처를
기다리며 또다시 천 년
맨몸으로 삼매경에 들지만
문드러지는 눈 코 입
풍경 속에서 내 몸도 웃음을 잃은
마애불로 가고 있다
-전문(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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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신작시 >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22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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