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돌처럼 깎이우며 하루가 돌처럼 깎이우며 ―思慕․20 정숙자 하루가 돌처럼 깎이우며 마음의 탑으로 자라옵니다 의지를 찾지 못한 덩굴순 모양 제 가슴만 감으며 더듬는 나날 지상에 떨어져 공중을 연모함이 이토록 지중한 벌이옵니까 새로 버는 움마다 진토에 구을어 단순(丹脣) 같은 꽃송이가 눈을 ..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4.01
닿을 수 없는 그리움 닿을 수 없는 그리움 ―思慕․21 정숙자 닿을 수 없는 그리움 공들여 다듬는 밤이옵니다 한 점 향(香) 올리기 위해 뜬눈으로 새우는 가는 뿌리들 강보에 싸인 봉오리 위에 빗방울의 소리를 들려 주소서 상상화(相思花) 긴 목으로 솟을지라도 기다리는 기쁨에 잠기오리니 마지막 주렴(珠..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4.01
많은 이름 가운데 많은 이름 가운데 ―思慕․22 정숙자 많은 이름 가운데 임은 어이 임으로 오셨나이까 잎새 위에 놓여 오는 고웁디고운 봄의 입김 스며든 이슬 꽃이 되어도 쓸쓸한 마음 가득합니다 검게 굳으며 익는 씨앗은 합쳐 타지 못하는 촛불의 설움 눈물에 심지가 잠길지라도 한 점 살까지 바쳐 ..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4.01
잊히지 않는 임의 이름 잊히지 않는 임의 이름 ―思慕․23 정숙자 잊히지 않는 임의 이름 구르는 잎새마다 적혔나이다 약속에 없는 길을 걸으며 투명지(透明紙)처럼 얇아지는 마음 맞잡고 싶은 그리움으로 물드는 석양을 보시옵니까 동여매는 거미줄인 듯 몸부림할수록 감기는 어둠 이제 이대로 숨이 기울면..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4.01
마지막 가는 겨울 속에서 마지막 가는 겨울 속에서 ―思慕․24 정숙자 마지막 가는 겨울 속에서 목 메이는 비가(悲歌)를 부르옵니다 임을 여의고 봄이 온들 온전한 마음으로 맞으오리까 임께서 팔 안에 깃 들던 밤은 항아(姮娥)를 모신 듯 기뻤더이다 수면 가득 놓이는 물별 못내 그리운 희디흰 나래 바람 이는 ..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3.31
손금 같은 실개울에 손금 같은 실개울에 ―思慕․25 정숙자 손금 같은 실개울에 버들붕어 언 몸이 풀리나이다 키울 수 없어 줄이던 꿈에 그믐달만 희게도 비추이더니 세 치(寸) 얼음 쓰다듬으며 포근히 내리시는 은총의 봄비, 눈사태 몰고 오는 바람 속에선 마른풀도 허리 굽혀 울었더이다 쉰 목으로 길 찾..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3.31
나직히 부르시는 임의 노래에 나직히 부르시는 임의 노래에 ―思慕․26 정숙자 나직히 부르시는 임의 노래에 고해의 슬픔이 잊히옵니다 황홀한 물살을 따라가오면 조용히 열리는 이슬 속 아침 오랜 동안 풀섶에 외롭던 벌레 꽃같이 고운 날개 펼치며 날고, 밤 새 가라앉은 호숫물에도 잉어의 선한 눈이 빛나옵니다 ..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3.31
기다림으로 모인 마음이 기다림으로 모인 마음이 ―思慕․27 정숙자 기다림으로 모인 마음이 떡잎 같은 순을 올리나이다 가슴을 조각 낸 그리움 위에 잔잔히 밀려 오는 남녘의 바람 냇물에 흔들리는 볕뉘들은 외로운 들에 내린 서한(書翰)이온지 황홀히 피는 임의 문자(文字)에 어린 풀이 꿈꾸듯 자라옵니다 ..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3.31
참고 참는 말 다발로 묶어 참고 참는 말 다발로 묶어 ―思慕․28 정숙자 참고 참는 말 다발로 묶어 그 향내 맡아 보면 사모라 하오 모으고 모으는 말 절벽에 외쳐 그 울림 들어 보면 사모라 하오 외우고 외우는 말 칠흑에 가둬 그 떨림 짚어 보면 사모라 하오.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3.31
임께 이르는 길 아슬히 멀어 임께 이르는 길 아슬히 멀어 ―思慕․29 정숙자 임께 이르는 길 아슬히 멀어 잔물결이 산처럼 밀려듭니다 바람 같은 몸이었던들 오래 전에 건넜을 강이언만 지친 노(櫓) 끝에 엉기는 석양 물소리 더욱 크게 들리나이다 주야로 우러러 바친 기도들 아직도 못 오른 연(鳶)이옵니까 등도 .. 제1시집 · 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 201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