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에도 멍이 든다 정여운 누가 저 방문에 목숨 한 숟가락 꽂았을까 추위는 검은 두루마기 같은 구름 두르고 찾아왔다 안방이 단단히 잠겨 있다 나비장석에 걸려 있는 놋쇠 빼다가 왜 목숨 하나가 갇혀 있는지를 네 발로 기어다닐 때 암죽을 먹여주고 두 발로 걸어다닐 때도 도시락 챙겨주고 두레상 펼쳐놓고 함께 밥을 먹던 그 숟가락을 생각한다 곰팡이 푸르게 슬은 모진 쇠붙이 하나 겉과 속을 나누는 문 앞에서 늙은 숟가락이 늙은 사람을 붙들고 있다 명치 끝 방에 피멍이 드는 밤이다 삭은 문이 흔들리며 몸서리치고 있다 휠체어 바퀴 테두리가 반짝인다 뼈만 남은 반달 숟가락에 얼굴이 비친다 평생을 한 몸처럼 입속에서 살아온 쇠붙이 아버지의 목숨 한술 뜨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첫머리부터 범상하지가 않다.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