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배귀선 기억에 묶인 저녁이 어슬렁거린다 반원이 만든 공간과 그 너머 마당을 끌고 사는 목줄은 얼마큼의 시간이 흘러야 벗을 수 있을까 앞발을 허공에 그어대며 당기는 지척 여기와 저기, 한 발짝도 목줄 없이는 내디딜 수 없는 짐승의 세월 기억을 길들이는 듯 허공을 짖는다 몸속 어딘가 웅크린 소식 없는 딸아이 같은 무거움이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늦은 밤이면 나는 습관처럼 가장 빠르게 귀화를 서두른다 오늘은 또 허공을 향해 얼마나 짖어야 하나 -전문(p. 54-55) ------------------------ * 『현대시』 2023-7월(403)호 에서 * 배귀선/ 2011년 ⟪전라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 2013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