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세한도/ 유정남

검지 정숙자 2024. 1. 24. 01:51

 

    세한도

 

    유정남

 

 

  파도에 실려 온

  만 리 밖의 문장을

  탱자나무 울타리 안에서 읽는다

  눈길 행간에 휘몰아치는 바람

  계절을 놓아

  송백은 뼈마저 푸른가

  핏빛 가시 살갗에 어지러운데

  동그라미 창이

  문자향으로 열린다

  구름 밖으로 두루마리 펼치는 세한

  붓털은 자유로워

  그리움에 먹을 갈아 집 한 채 지었다

  소나무 뿌리 길어

  가지는 굽어지는데

  여백에 핀

  서로 잊지 말자는 붉은 낙관

  겨워하는 이가

  우선* 한 사람뿐일까

     -전문(p. 64)

 

    * 우선藕船: 이상적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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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문학』 2023-봄(35)호 <시가 여무는 창>에서

   * 유정남/ 2018년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9년 『시문학』으로 등단, 공저『악마의 빛깔』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