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돌이기만 한 돌 외 1편 이정란 부리에 쪼이는 대로 무늬는 돌 깊숙이 침투한다 돌은 무늬에 관여하지도 돌보지도 않는다 돌은 온종일 돌이기만 한 돌과 그렇지 않은 돌로 나뉜다 무늬는 돌의 일부로서 때로는 돌을 대표하기도 한다 온종일 돌이기만 한 돌이 슬프면 그렇지 않은 돌도 슬프다 슬픔은 무늬에 안겨 춤춘다 돌 안으로 빗물이나 균열 같은 외부 세계가 들어올 때 변화된 무늬가 돌 깊은 속에 알을 낳을 때 그렇지 않은 돌은 온종일 돌이기만 한 돌에서 분리된다 커다란 소리의 포자를 물고 새가 날아오른다 새는 돌의 파편을 빗겨 난다 여러 세계의 파편인 나는 깨짐으로써 돌을 복제하는 원석 온종일 돌이기만 한 돌은 고요히 있는 나를 거듭 깨뜨리며 어디선가 새를 가져와 품는다 -전문(p. 68-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