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돌무지/ 백연숙

검지 정숙자 2024. 1. 24. 00:59

 

    돌무지

 

     백연숙

 

 

  돌이 울어요

  비가 오면 떠내려갈까 봐

  맨 밑에 깔린 채

  입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단말마의 비명을 위해

  돌들이 개구리처럼 떼거리로 울어요

 

  여덟 명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이 없다는 걸 감추기 위해

  케냐 엄마는 냄비에 돌을 넣고 끓였지요

  휘휘 저으며 맛도 봤을 거예요

  쌀이나 금이 되느라 돌들은 잠 못 이루고

  냄비가 끓는 동안 아이들은 헛배가 불렀을 거라고

 

  돌들은 잠시 울음을 그쳐요

  눈이 오면 강아지 꼬리가 생기고

  차곡차곡 쌓인 비명들 입냄새처럼 빠져나와

  아아 입을 벌려 눈을 받아먹으며

  오오, 배부르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지요

 

  울음을 그친 돌들은

  반달눈을 하고 깊은 잠이 들어요

  얼굴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들

  모래알처럼 밤새 반짝이지요

     -전문-

 

    * 여덟 명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이 없다는 걸 감추기 위해 케냐 엄마는 냄비에 돌을 넣고 끓였지요: 국제구호단체 유니세프 정기 후원 권유 영상. 

 

  해설> 한 문장: 이번 시집에 실린 가장 아름다운 시인 「돌무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자면 이 작품에서 시인이 다루는 허기란 말 그대로 절대적 빈곤으로 인한 굶주림이다. "먹을 것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냄비에 돌을 넣고 끓"이는 "케냐 엄마"와 냄비 끓는 소리로 배를 채우거나 눈을 받아먹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시인은 담담하게 그린다. 그 자신 "떼거리로 울"던 "돌"이었을 소녀가 이제는 엄마가 되어 아마도 더 주린 배를 움켜잡고 "여덟 명의 아이들"의 "헛배"라도 채워 주려는 모습은 처연하다. 이 처연함은 시인이 전래동화 「청개구리를 차용하여 "개구리처럼 떼거리로" 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분히 동화적으로 그림으로써 극대화된다. 동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실제 아이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임을 이 장치가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p. 시 20-21/ 론 99) <송현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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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시집 『십 분이면 도착한다며 봄이라며』에서/ 2024. 1. 2. <파란> 펴냄

  * 백연숙/ 충남 보령 출생, 1996년 『문학사상』으로 시 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