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편지와 재즈 유경지 편지를 쓰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독한 소주를 마셨다. 너는 또 어디서 무얼 사랑하고 있으려나. 너는 또 어디서 어떤 것들을 천천히 풀어나가고 있으려나. 다시 자리에 앉아 펜을 고쳐 쥐고 펜촉에 잉크를 묻혔다. 상처 입은 것들을 구원하시나요. 길 잃은 고양이들을 품에 안고 계시나요. 홍차가 쓰길래 변기에 부어 물을 내렸다. 새벽에는 먼지가 죽어 시체를 남기는데 그것들은 모두 변기 속으로 말려 들어간다. 나는 나체가 되어 다시금 책상에 앉았다. 펜촉의 잉크가 말라버려 또다시 잉크를 묻혔다. 어떤 신화를 엿듣고 기록하고 계시나요. 음식물 쓰레기나 나오지 않게 여전히 저녁 반찬을 두 가지만 올리나요 찬바람이 불길래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침대로 파고 들어갔다. 옆집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