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이우디
손끝마다 흐린 표정이 푸른 문고리를 흔든다
한 번도 열린 적 없지만
그곳은 내가 사라지는 지점
오색 종이로 오리고 붙인 오늘의 부담이
첫눈처럼 소복하다가
물결 한 몸으로 소곤대다가
안과 밖 경계에서
화려한 모드로 전환, 사라지는 중이다
손끝마다 적의를 품은 고요가 두꺼워진다
환호 한번 질러본 적 없지만
그곳은 열정의 데시벨이 제로가 되는 지점
태연히 남겨진 나
우스꽝스러운 안도에
드라마틱한 이마가 희게 웃는 나
이해 못 한 날 내내 앓다가
시늉만 하는 지문을 지나가는 중이다
채취된 나의 속도는 인 템포in tempo
붉은 갈채가 들려!
-전문(p. 86-87)
* 달팽이: 앙리 마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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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3-여름(16)호 <시마詩魔_여름 신작시> 에서
* 이우디/ 2014년『시조시학』 & 2019년 『문학청춘』으로 시 부문 등단, 2019년 『한국동시조』 신인상, 시집『수식은 잊어요』, 시조집 『썩을』『강물에 입술 한 잔』『튤립의 갈피마다 고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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