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한 아이의 꿈/ 김상미

검지 정숙자 2024. 2. 8. 02:43

 

    한 아이의 꿈

 

     김상미

 

 

  한 아이가 죽은 쇠박새를 묻고 있었다

  지나가던 나도 흙 한 줌 쥐어 덮어주었다

  천국에도 분명 새가 있을 거예요

  물론이지, 내일이면 저 쇠박새도 천국을 훨훨 날아다닐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 뜨덕이며

  쇠박새야, 이젠 천국으로 훨훨 날아가거라

  그러곤 소맷부리로 눈물을 닦았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고는

  걱정 마, 쇠박새는 꼭 천국으로 날아갈 거야

  고마워요, 아이가 눈물 고인 미소로 꾸벅 인사를 했다

  우리 쇠박새가 좋아하는 풀씨를 무덤 앞에 놓아줄까?

  그래요, 그럼 쇠박새도 더 잘 날아갈 것 같아요

  아이와 나는 근처 풀밭에서 씨 여문 풀꽃을 뜯어

  쇠박새 무덤 앞에 놓아주었다

  쇠박새는 들고양이에게 물려 죽었지만

  천사 같은 아이를 만나

  지상에 따뜻한 무덤 한 칸을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에 두 사람의 진심 어린 애도를

  품에 꼭 껴안고 천국으로 떠났다

  아이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밤은 아무 걱정 없이 단꿈에 젖을 것 같았다

  쇠박새 한 마리 천국으로 훨훨 날려 보내는

  한 아이의 꿈속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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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詩魔』 2023-여름(16)<시마詩魔_여름 신작시> 에서

  * 김상미/ 1990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모자는 인간을 만든다』『검은, 소나기떼』『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