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2013- 여름호 나무의 詩 -정숙자 시집 『뿌리 깊은 달』 신진숙 정숙자 시인에게 시는 나무다. 나무는 뿌리 내린 곳을 떠나지 않는다. 어떤 땅이냐 어떤 토양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지에 한번 뿌리 내린 나무는 죽는 순간까지 다른 땅, 다른 지질(地質)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은 나무의 실존이다. 어떤 아픔이 따르더라도 나무는 자신의 세계를 떠나지 않는다. 떠날 수 없다. 무지막지한 힘으로 삶을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지표면을 따라 무한히 흘러가는 유목을 버리고 나무는 하나의 존재 안에 영원히 머문다. 그러나 견딘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무가 세계와 소통하는 고유의 방식이 아닌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떠나지 않음으로써 나무는 꽃을 만든다. 꽃은 세계를 향한 나무의 전언이다.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