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따뜻하게

그대 만남은 정숙자 그대 만남은 나에게 무슨 행운일까 이 허허로운 현실에 장미꽃 같은 기쁨 모든 길 위에 끈끈이가 있어 내 몸을 붙든다 해도 그대 향한 발걸음 어이 늦추랴 어둠 속 달 같은 그대, 어디서 쓰러진들 아니 보이랴 마음 허공에 떠오는 태양 빛으로 스며드는 나의 사랑아 ---..

애 인 정숙자 뒤량판 없는 애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나만을 기쁨 삼고 나만을 위해줄 착한 애인이 이 곳 저 곳 여행도 않고 이 이 저 이 만나지도 않는 생각 깊은 애인이었으면 좋겠다 요사바사 교태롭고 요령 많은 천재는 싫어 신뢰에는 신뢰, 사랑에는 사랑 줄 줄 아는 범재라면 좋겠..

가장 큰 슬픔 정숙자 사랑하지 말아야겠다고 여기면서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첫 번째 슬픔 미워해야겠다고 여기면서도 미워하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슬픔 더 이상 살지 말아야겠다고 여기면서도 계속 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슬픔 붙잡고 있으면서도 놓으려 하고 놓았으면서도 붙잡혀 ..

사랑 속으로 정숙자 어떤 즐거움보다도 그대 그리는 괴로움을 나는 택하겠노라 고통이 기쁨보다 자신을 키우기에 좋은 줄 삶의 숲에서 체득했으니 그대라는 명상 찬연히 안고 전 생애를 전 사랑 속으로 나는 택하여 가겠노라 -------------------- * 시집『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

그대의 여인 정숙자 누가 만일 그대에게 애인이 누구냐고 묻거든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라오, 대답하오 누가 만일 그대에게 애인의 모습 묻거든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이라오, 대답하오 누가 만일 그대에게 애인의 어린 시절 묻거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었다오, 대답하오 누가 만..

그 나라 정숙자 이별 없는 세계는 없을까요? 잃는 아픔 없는 그 나라 못잊음이 없는 세계는 없을까요? 붉은 슬픔 없는 그 나라 사랑 없는 세계는 없을까요? 정열의 화재 없는 그 나라 -------------------- * 시집『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에서/ 1993.12.31.<성현출판사>펴냄 * 정..

혼자서 정숙자 달아나는 사랑 막을 수 있는 이 아무도 없다 그것은 마치 일몰을 막으려는 것과 같다 봉오리 속에 낙화의 시간 ― 숨어 있듯이 기쁨 속에도 우울의 그림자 ― 들어 있는 것 이런 걸 훤히 알면서도 돌아서 버릴 수 없음은 그만큼 애정이 견고한 때문, 달아나는 사랑 앞에서 ..

그립단 말 정숙자 그대여 그립단 말 허술히 듣지 말라 그것은 고독의 우회적 표현… 현실이라는 부채를 지고 이끌 듯 이끌리는 고비에서도 그립단 말할 대상 있다면 지쳐 쓰러지지 아니한다 고독은 고뇌와 절망의 시초 절망은 영혼의 죽음의 시초 그대여 그립단 말 허술히 버리지 말라 ..

나의 사랑은 정숙자 시간은 날을 감춘 칼이었던가, 그것이 베어내지 못할 것이란 없다 사랑은 시간 앞에 그렇게도 무력했던가 녹슬고 삭고 끊어진다 그러나, 그 시간 아래 댕겅― 목이 베어진대도 그대여 나의 사랑은 첫날처럼 붉게 솟구치리라 -------------------- * 시집『사랑을 느낄 때 나..

저녁 산책 정숙자 내가 그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그대는 그 점을 알기나 하는지, 그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죽어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내가 그대를 잃어야만 된다면 그보다 앞서 호흡을 잃기 바라노라 새소리 높이 뜨고 물소리 더욱 흘러 내 마음엔 그대뿐인데… 내 마음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