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과의 형식/ 강영은

검지 정숙자 2012. 6. 1. 15:12

 

 

      사과의 형식

 

        강영은  

 

 

 

   한 입 베어 먹혀 옆구리가 오목한 사과, 모니터 속에 들어 있네

 

   둥글지도 않고 떨기나무처럼 타오르지도 않지만 불꽃같은 사과를 품고 있는 모니터가 사과나무네

 

 

 

   사과나무 아래서 잘 익은 사과를 묵독 하네

 

   사과나무 아래선 과수원지기처럼 사과의 형식을 추수 하네

 

 

 

   한 알의 형식 때문에 아담은 낙원을 잃었다 하네 떨어지는 사과를 맛본 뉴턴과 스피노자는 시들지

 

않는 사과나무를 심었다 하네 화살처럼 사과를 겨냥한 빌헬름 텔과 백설 공주는 죽지 않는 미래를

 

남겼다 하네 

 

 

 

   한 알의 형식이 사과의 과거를 진화시켰다는 말, 한 알의 둥근 과녁이 사과의 미래를 남겼다는 말,

 

   한 알의 과거가 한 알의 미래를 이끈다는 말이어서

 

 

 

   과육의 중심에 가 닿는 동안 온 세상 햇빛과 빗방울을 다 만난 사과 벌레와 나는 잃을 게 없네

 

   잃을 게 없으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네*

 

 

 

 

 

   *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 연설(2005년)에서 차용

 

 

 

  

   * 『시와 사람』 2012년 봄호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래 사냥/ 강상기  (0) 2012.06.10
막후/ 정채원  (0) 2012.06.01
황홀한 침범_ 사임 수틴/ 김상미  (0) 2012.06.01
야만인들의 여행법 1/ 장석주  (0) 2012.06.01
돌의 환幻 / 이재훈  (0) 201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