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성사
-못에 관한 명상 · 1
김종철
오늘도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못한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전문-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일만큼 부끄럽고 고생스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 가려져 있던 포장지를 벗겨내고 오롯한 자기자신을 꺼내보 보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다. 그럴싸한 변명의 유혹을 뿌리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캐물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반성도 하여야 한다. 나쁜 일을 저지르더라도 갖가지 이유를 들며 합리화를 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괴로운 진실을 마주하는 것보다 보기 좋은 거짓을 마주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화자는 오늘도 '못'을 뽑는다. 어제 박았던, 일 년 전에 박았던, 나도 모르게 박았던 못을 뽑고 있다. 단단히 박힌 못을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더더군다나 어려운 일이다. '고백성사'라는 제목에서 연유해 보았을 때 '못'은 화자가 지은 죄를 의미하며, 못을 뽑는 행위는 참회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간 어렵지 않은 일"을 화자는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통해 하고 있다. (이하 생략) (양보람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2년)
* 계간『리토피아』2011-겨울호 <독자시감상>에서/ (혹 이 글의 게재를 원치 않으시면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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