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A형 놀이
신달자
봄비다
창밖에 우산을 쓴 여자가 지나간다
나는 방 안에서 쉐터를 하나 더 입는다 봄은 우편함 안에 있다
"막막하다"라고 쓰고 차고 긴 하루가 간다.
내 엉덩이 밑에 굴착기가 있는지 내 어깨가 더 낮아진다
창밖에서보다 저 아래 지하 어딘가에서 나를 찾는 이가 있을까
소심한 입이 바르르 떨린다. 말이 쌓인 가슴이 불룩하다
몸이 무거운지 조금 더 어깨가 낮아진다
옆방을 여니 30대의 우울이 아래로 빠져들고 있다.
A형들은 말이 없다
딸은 엉덩이에 달린 굴착기로 무엇인가를 파는지 스스로 빠지는지
두 손을 흔들며 봄비를 잡으려다가 이내 팔을 접는다
두 개의 A가 몸을 닫고 지하를 파고 있다
집 안은 고요하다
*『시작』2012-여름호
* 신달자/ 경남 거창 출생, 197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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