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느 날의 A형 놀이/ 신달자

검지 정숙자 2012. 6. 16. 10:10

 

 

     어느 날의 A형 놀이

 

      신달자

 

 

  봄비다

  창밖에 우산을 쓴 여자가 지나간다

  나는 방 안에서 쉐터를 하나 더 입는다 봄은 우편함 안에 있다

  "막막하다"라고 쓰고 차고 긴 하루가 간다.

  내 엉덩이 밑에 굴착기가 있는지 내 어깨가 더 낮아진다

  창밖에서보다 저 아래 지하 어딘가에서 나를 찾는 이가 있을까

  소심한 입이 바르르 떨린다. 말이 쌓인 가슴이 불룩하다

  몸이 무거운지 조금 더 어깨가 낮아진다

  옆방을 여니 30대의 우울이 아래로 빠져들고 있다.

  A형들은 말이 없다

  딸은 엉덩이에 달린 굴착기로 무엇인가를 파는지 스스로 빠지는지

  두 손을 흔들며 봄비를 잡으려다가 이내 팔을 접는다

  두 개의 A가 몸을 닫고 지하를 파고 있다

  집 안은 고요하다

 

   *『시작』2012-여름호

   * 신달자/ 경남 거창 출생, 197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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