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종
-냄새의 끝
건기 속 익어가는 것들의 냄새는 눈이 맵다.
빈 대궁에 뜨겁게 스며들어
저도 모르게 생긴 속에서 배어나오는 뭉클함
일렁이는 유월의 벌판에서
세상에 대한 물음, 새롭게 정의하고픈 어떤 말들
마른 태양 아래 세워두고
사람이 사람에게 심은 붉은 기억을 떠올린다.
내 몸 어느 구석에서 눈 뜬
무른 씨눈 하나
한번쯤 살아보는 거라, 별 요량 없이
잎사귀를 펼치고 너울을 얹는 동안
하루살이로 나를 들러 간
찝찔한 것들……
익는다,함이 맺는 일이라면
씨 한 톨
천천히 뱉어내는 것이라면
이 더운 냄새는 무엇의 날갯짓일까.
빈 대궁 속 같은 비릿함에 대하여
여태 찾지 못한 말, 일몰의 기억들
초승달 미늘에 걸어두고
너울대는 보릿내 깔고 누운 벌판의 밤.
무른 잠 속에서 열리는 모르는 집,
낯익은 마당으로
청개구리 울음이 비벼대는 냄새의 돌기들
여러 생을 적시고 흘러든다.
* 『열린시학』2012-여름호/ <이계절의 시>에서
* 채선/ 서울 출생, 2003년『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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