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물고기 이승희 연못가 버드나무에선 바람이 불 때마다 몇 마리의 물고기가 툭 툭 놓여났다 공중을 물들이며 스르륵 잠기는 물고기 나는 그것을 하루 종일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버드나무처럼 웃는데 공중으로도 물속으로도 잘 잠겨들었다 공중과 물속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버드나무는 물속에 잠긴 발등을 오래 바라보며 고요하다 이게 버드나무의 마음이라면 연못 속에도 나뭇잎에서도 물고기들이 태어나고 자란다 어느 저녁 나도 툭 놓여나겠지 밤이 연못 속으로 고이고 물속은 한없이 깊어지고 나를 데려다준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전문, 『맥』 2023년 겨울호 ▶사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을 찾아서(발췌)_이성혁/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