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또는 액자소설
이경교
나는
그를 찾아 떠났지, 보이지 않는 파랑새 가로수 길
따라 날아갔지, 새는 돌아오지 않았지
나는
그였을까, 아니면 새가 날아간 가로수 길 끝에
내가 막 당도한 걸까, 가쁜 숨 몰아쉬며
그가
내 안으로 달려든 걸까, 아니면 내가 그를 간절히
꿈꾸고 있었던 걸까
잠들지 못한 내 잠 속으로 그가 날아들 때까지
별은 허둥지둥 길을 비추고
사각의 창틀 안에 갇혀있는 그를 사각의 창틀
밖을 지나가는 나는 꺼낼 수 없지
그는
결국 빈 자리로 돌아올까, 그가 있는 창틀 안에도
빈자리 하나 남아있겠지, 둥그렇게
말 없는 우물처럼
내가 남겨놓은
젖은 그림자와 함께
-전문(p.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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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4-봄(89호)호 <신작시> 에서
* 이경교/ 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모래의 시』『목련을 읽는 순서』『나는 죽은 사람이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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