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액자, 또는 액자소설/ 이경교

검지 정숙자 2024. 10. 6. 01:38

 

    액자, 또는 액자소설

 

     이경교

 

 

  나는

  그를 찾아 떠났지, 보이지 않는 파랑새 가로수 길

  따라 날아갔지, 새는 돌아오지 않았지

  나는

  그였을까, 아니면 새가 날아간 가로수 길 끝에

  내가 막 당도한 걸까, 가쁜 숨 몰아쉬며

  그가

  내 안으로 달려든 걸까, 아니면 내가 그를 간절히

  꿈꾸고 있었던 걸까

  잠들지 못한 내 잠 속으로 그가 날아들 때까지

  별은 허둥지둥 길을 비추고

  사각의 창틀 안에 갇혀있는 그를 사각의 창틀

  밖을 지나가는 나는 꺼낼 수 없지

  그는

  결국 빈 자리로 돌아올까, 그가 있는 창틀 안에도

  빈자리 하나 남아있겠지, 둥그렇게

  말 없는 우물처럼

  내가 남겨놓은

  젖은 그림자와 함께

    -전문(p.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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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4-봄(89호)호 <신작> 에서

  * 이경교/ 1986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모래의 시』『목련을 읽는 순서』『나는 죽은 사람이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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