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 마음 문보영 언젠가 파리 한 마리가 내 방에 들어왔다. 문을 열어놔도 나가지 않는다. 삼일 차. 좀 야윈 것 같다. 앉아서 쉬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불을 덮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데 파리가 무릎 위에 앉는다. 같이 드라마 보는 사이가 되었구나. 외롭기 때문에 파리에게조차 우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외롭지 않으므로 파리를 내 삶에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리라. 난 캐스트 어웨이에서 빠삐용이 외로웠기에 배구공에게 인격을 부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떨어진 그는 마침내 자유로웠고, 외로움에서 해방되었으며, 마음의 여유가 생겨 우정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졌기에 배구공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토요일이다. 일어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다. 기대를 품고 깨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