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오탁번(1943-2023, 80세) 지팡이 짚고 마을 뒷산을 쉬엄쉬엄 오른다 숲을 메운 적막을 지나다 통통하니 실한 나무를 그냥 한 아름 안아 본다 바람 불고 비 오고 까마아득하게 세월이 흐르면 지저깨비가 되는 항하사恒河沙 같은 산색山色 그 발치에나 묻힐 ! 같은 지팡이 하나 -전문(p. 10-11) ▲ 오탁번(1943~2013, 80세)/ 충북 제천 출생. 원주중. 고려대 영문과,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6년 동아일보(동화), 1967년 중앙일보(시), 1969년 대한일보(소설) 신춘문예 당선. 육사 교수부, 수도여사대,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역임. 그의 시에는 압축적인 서사적 상상력을, 소설에는 시적 문체와 구성을 수용해 우리 문학의 형식 미학을 최고 경지로 끌어올렸으며 어린아이와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