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유고 시집) 거기 한 사람이 서 있다/ 김기석

검지 정숙자 2023. 7. 17. 03:07

 

    거기 한 사람이 서 있다

 

    김기석(1957-2018, 61세)

 

 

  절망의 바다 끝에서

  모든 것을 잃은 자만이 모든 것을 얻는다 하였네

  버렸던 고깃배 3년의 세월

  '누가 알랴' 알몸을 싣는 저 사내들의 허허바다.

 

  게다가 그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그 밤을 맞도록 그물질을 했으나

  찾아오는 것은 허무 허무의 빈 바다

  바로 이 누구도 어쩌지 못할 절망의 바다 끝에서 그분

  홀로 서 계신다

 

  밤을 보내지 않은 새벽이 없었으니

  절망에 빠지지 않은 희망은 없다

  병들지 않은 치유가 없었으니

  불신의 늪을 건너지 않은 신앙은 없다

  죽은 자의 빈 무덤

 

  그 무덤의 어둠을 통과하지 않은 영광의 부활도

  날이 새어갈 때

  길고 어둡던 밤이 지나고 마침내 동녘 하늘이 밝아올 때

  절망의 바다 그 바다의 끝에서

  밤새도록 헛손질만 되풀이한 외로운 저 사내들의

  그 검은 바다에 먼동이 터올 때

 

  거기 한 사람이 서 있다

     -전문(p.32-33)

 

 

  표4> 김기석은 혼자 살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노동을 하며 하루 하루 살아갔다. 그런 중에도 늘 긍정적이고 밝은 삶을 살려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를 읽어보면 슬프고 고단한 삶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발견한다. 아픈 가슴을 안고 늘 밝음의 삶을 지향하던 김기석 시인의 내면을 이 한 권의 시집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윤석산 심고)

 

  * 블로그 註: 위 '시'와 '표4'에서 에서 마침부호 사용은 원문과 동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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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고 시집 『허무의 빈 바다』에서/ 2022. 9. 27. <도훈> 펴냄  

  * 김기석/ 1957년 경북 영천 출생, 2009년 월간『스토리문학』으로 등단, <스토리문학/ 문학공원/ 안산문인협회/ 안산사생회> 회원, 공저『제로의 두께』, 첫 시집(유고 시집) 『허무의 빈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