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한 사람이 서 있다
김기석(1957-2018, 61세)
절망의 바다 끝에서
모든 것을 잃은 자만이 모든 것을 얻는다 하였네
버렸던 고깃배 3년의 세월
'누가 알랴' 알몸을 싣는 저 사내들의 허허바다.
게다가 그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그 밤을 맞도록 그물질을 했으나
찾아오는 것은 허무 허무의 빈 바다
바로 이 누구도 어쩌지 못할 절망의 바다 끝에서 그분
홀로 서 계신다
밤을 보내지 않은 새벽이 없었으니
절망에 빠지지 않은 희망은 없다
병들지 않은 치유가 없었으니
불신의 늪을 건너지 않은 신앙은 없다
죽은 자의 빈 무덤
그 무덤의 어둠을 통과하지 않은 영광의 부활도
날이 새어갈 때
길고 어둡던 밤이 지나고 마침내 동녘 하늘이 밝아올 때
절망의 바다 그 바다의 끝에서
밤새도록 헛손질만 되풀이한 외로운 저 사내들의
그 검은 바다에 먼동이 터올 때
거기 한 사람이 서 있다
-전문(p.32-33)
표4> 김기석은 혼자 살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노동을 하며 하루 하루 살아갔다. 그런 중에도 늘 긍정적이고 밝은 삶을 살려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를 읽어보면 슬프고 고단한 삶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발견한다. 아픈 가슴을 안고 늘 밝음의 삶을 지향하던 김기석 시인의 내면을 이 한 권의 시집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윤석산 심고)
* 블로그 註: 위 '시'와 '표4'에서 에서 마침부호 사용은 원문과 동일함
----------------------------
* 유고 시집 『허무의 빈 바다』에서/ 2022. 9. 27. <도훈> 펴냄
* 김기석/ 1957년 경북 영천 출생, 2009년 월간『스토리문학』으로 등단, <스토리문학/ 문학공원/ 안산문인협회/ 안산사생회> 회원, 공저『제로의 두께』, 첫 시집(유고 시집) 『허무의 빈 바다』
'작고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성_이 계절의 시/ 지팡이 : 오탁번 (0) | 2023.07.30 |
---|---|
김남권_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부분)/ 새로운 길 : 윤동주 (0) | 2023.07.18 |
유고 시집) 서문/ 거울 속의 남자 외 1편 : 김기석/ 추모의 글 (0) | 2023.07.17 |
출발/ 이승훈 (0) | 2023.07.04 |
김경성_이 계절의 시/ 봄2 : 윤동주 (0) | 2023.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