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파트의 글 237

페이지 대 스테이지 : 은퇴한 슬램 시인의 고백(부분)/ 제이크 레빈

페이지 대 스테이지: 은퇴한 슬램 시인의 고백(부분) 제이크 레빈(Jake Levine) 10 내가 시를 좀 더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위대한 시에서, 삶에서와 같이, 의미는 이해하기 어렵다. 위대한 시는 언어를 조사하고 재창조한다.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근본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한다. 위대한 시인 Paul Celan)이 말했듯이, "현실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나는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11 미국에서는 항상 "페이지" 대 "스테이지"의 가치에 대한 논쟁이 있어왔다. 시詩에는 책(페이지)으로 쓰고 읽는 시와 (스테이지)> 로 낭독하는 두 종류가 있다. 하지만 사실 페이지 시인과 ..

유종인_조선의 그림과 제화문_영모도(발췌)/ 임희지(조선후기 문인화가)

조선의 그림과 제화문題話文(발췌) 영모도翎毛圖 글 유종인 * 조선 그림의 여러 장르 중에 그 터럭과 깃털을 가진 숨탄것들을 주 대상으로 그리는 것이 영모도翎毛圖이디. 본문 p_15. 수월당水月堂 임희지林熙之의 다. 그는 조선후기에 대나무와 난초를 잘 그리는 역관 출신의 문인 화가로, 그 솜씨는 당대 예림의 총수 격인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에 필적할 만하단 소릴 들었다. 그의 난초 그림은 날렵해서 교태가 흐른 요염妖艶함마저 드리웠고 미색이 줄줄 흐르는 여인의 둔부臀部처럼 교태스러운 난엽蘭葉의 선묘를 통해 아찔한 상상을 일으키는 난초도 쳐냈다. 그는 얼굴이 잘났고 노는 짓이 해학과 배짱과 풍류가 넘쳤다. 벼슬이라 봐야 역관譯官을 지낸 중인 신분이 고작이었지만 배포가 두둑해서 가난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결기..

김유섭『이상 오감도 해석』/「오감도 시제4호」해석(발췌)

· · · · · · -오감도 시제4호-출처: 국립중앙도서관(1934년 7월 24일 조선중앙일보) (# 블로그주: 위 시는 활자의 뒤집힘 등으로 인해 여기 수록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위 연구서에서 가장 선명한 해석으로 여겨지므로, 부분이나마 적어두려 합니다. 「오감도 시제4호」는 각자 어느 경로를 통해서든 읽어보시고, 김유섭 지음 『이상 오감도 해석』(p. 74)을 참고 바랍니다.) "조선 민족에게 잊지 못할 사건인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에서 제국주의 일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이다. 1909년 10월 26일 만주 흑룡강성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따라서 1931년은 제국주의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킨 해를 상징하고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만주..

불의로 살기보다 의로써 죽겠다/ 강준희(소설가)

불의로 살기보다 의로써 죽겠다 강준희/ 소설가 충忠이 의로운 일을 위해 쓰이면 절節이 되고, 부모를 위해 쓰이면 효孝가 되며, 세상과 사람을 위해 쓰이면 인仁이 된다. 그리고 도의나 도덕을 위해 쓰이면 예禮가 된다. 많은 무고한 선비들이 무참히 죽은 갑자사화甲子士禍, 조선 연산군 10년(1504년)에 폐비 윤 씨와 관련, 많은 선비들이 죽임을 당한 사건 갑자사화, 연산군의 생모 윤 씨가 폐위돼 사약을 받고 죽은 일에 관계된 신하들과 윤 씨의 복위를 반대한 신하들이 연산군의 노여움을 사 화를 당한 사건 갑자사화. 이 갑자사화 때 홍문관의 으뜸 벼슬 대제학大提學 홍언충洪彦忠은 참혹한 고문을 받고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채 옥문 밖에 버려져 기지사경을 헤맸다. 이때 권신權臣이자 간신인 김안로金安老가 마침 옥문 ..

카를로 로벨리『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관계의 동역학」/이중원 역

관계의 동역학 카를로 로벨리(이탈리아, 1956~) : 이중원 옮김 조만간 우리의 시간이 다시 정확히 계산되면 우리는 아주 힘든 도착지로 항해하는 배 위에 있게 될 것이다. 2권 9편 모든 일은 벌어지지만 시간 변수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세상에는 공통적인 시간도 없고 변화에 특별히 관여하는 방향도 없는 걸까? 뉴턴이 시간 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확신시켜주기 전까지 우리가 세상을 생각했던 방식은 정말 단순했다. 세상을 설명할 때 시간 변수는 필요치 않다. 세상을 설명할 때 필요한 변수는 우리가 인지하고 관찰하여 결국에는 측정할 수도 있는 양이다. 어느 거리의 길이나 나무의 높이, 이마의 온도, 빵의 무게, 하늘의 색, 밤하늘에 걸린 별의 수, 대나무의 탄성, 기차의 속도..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서』/ 428 무관심의 미학 : 배수아 옮김

428 무관심의 미학 페르난두 페소아/ 배수아 옮김 몽상가는 개개의 사물을 대할 때, 그 사물의 특징이 그에게 분명한 무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각각의 사물 또는 사건에서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꿈에서 얘기될 만한 것을 추출해내면, 사물의 실제성은 모두 죽은 질료가 되어 외부세계에 남겨진다. 현명한 자라면 이런 능력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감정에 충실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포부나 동경 그리고 욕망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방식으로 창백한 승리를 체험한다. 기쁨과 불안조차 마치 아무 의미 없는 것인 양 그렇게 통과해간다. 자기절제가 최고 수준에 이르면 스스로에게 무관심해진다. 이때 몸과 영혼을 집이나 땅 정도로 여기게 된다. 운명에 의해서 부여받은 삶의 터전과 다를 바..

황봉구 에세이『천천히 그리고 오래』中/ 오우가 : 윤선도

오우가 윤선도(1587-1671, 84세) 내 벗이 몇인가 물, 돌과 소나무, 대나무로다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이면 그만이지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그칠 때가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른 듯 누래지니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 모르는가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 그로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한밤중에 밝은 것이 너만 한 이 또 ..

황봉구 에세이『천천히 그리고 오래』中/ 도깨비의 탄생-도깨비 1 : 황봉구

도깨비의 탄생-도깨비 1 황봉구 아가야 사랑과 바램으로 어둠에서 태어났구나 애기 도깨비들도 못내 그리움으로 어둠에서 흔들리는 불빛으로 태어났지 꿈이 잉태되어 한 줄기 빛으로 어둠을 헤쳐 나가는 아가야 새끼 도깨비들도 너처럼 바람을 타고 어둠을 물리치며 밝은 꿈으로 수를 놓는구나 아가야 들리느냐 갓난 도깨비들이 검은 숲속에서 어른들이 듣지 못하는 낮은 목소리로 팔랑거리는 나뭇잎들과 속삭이는 모습을 아가야 말을 모르는 너만이 도깨비들의 맑은 노랫소리를 볼 수 있는 것을 아가야 나에게도 전해다오 네 초롱한 눈에 맺힌 도깨비의 그림자라도 비쳐다오 - 시집 『생선가게를 주제로 한 두 개의 변주』 ▶도깨비(발췌)/ 도깨비가 사라졌다. 도깨비가 도깨비답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도깨비는 본디 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

세종의 인재 키우기, 사가독서/ 강기옥

세종의 인재 키우기, 사가독서 강기옥 세종을 상징하는 기관은 현전이다. 집현전은 국왕이 유교적 교양을 쌓아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조언하며 경서와 사서를 강론하는 경연經筵과 세자에게 유교 경전을 강론하며 훌륭한 왕재로 기르기 위한 교육의 주된 활동이다. 그것이 점차 외교문서 작성과 과거 시험 및 실록 편찬 사관史官의 일까지 겸하고, 중국의 옛 제도를 연구하고 책으로 편찬하는 사업까지 주관하다 보니 집현전 학자들은 개인적으로 독서할 시간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백성들의 편안한 삶을 위하여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인 세종은 주택, 염전, 천문, 지리, 역사, 의례, 군사, 법률, 음악 등 모든 분야를 연구하게 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려 했으니 그 사업에 참여한 학자들이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

강기옥 칼럼집『항아리부터 깨라』(발췌)/ 시로 풀어내는 반전의 삶

시로 풀어내는 반전의 삶 강기옥 시와 술과 거문고를 좋아하여 스스로 삼혹호三酷好라는 호를 사용할 만큼 호방했던 이규보는 생전에 팔천 여 수의 시를 남겼다. 김부식이 간과했던 동명왕을 민족의 대서사시로 되살려낸 그를 대문장가로 칭송하지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시를 잘 지어 기동奇童이라 했고, 천재라 할 만큼 공부를 잘하여 과거의 예비시험에는 항상 수석을 했다. 부친 역시 아이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개성의 최고 사립학교인 문헌공도에 보내고 족집게 과외를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대과의 예비단계로 '국자감시'를 봐야 하는데 16세에 응시한 국자감시에서 보기 좋게 낙방했다. 2년 뒤에도 낙방하여 20세에는 아예 응시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강한 그에게 '규성奎星'이라는 도인이 꿈에 나타나 이번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