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지형과 의제의 다양한 분기分岐 유성호/ 문학평론가 1. 문학사의 낯익은 재등장 흐름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라고 정의한 이는 카(E. H. Carr)다. 이러한 비유적 명명에는 현재의 어떤 흐름이나 국면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데 지난 시간의 그것들이 유력한 참조항이 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인간 역사에서 파천황의 신국면이 전개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그것은 과거에 출현한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나선형이건 직선형이건 순환형이건, 일정하게 변형을 치른 채 다시 나타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면 기시감이라고 불러도 좋을 이러한 재등장의 느낌은 그만큼 역사가 이미 있었던 것들이 일정하게 '반복 속의 차이'를 통해 생성되고 재현되는 현장임을 알려 준다. 때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