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파트의 글 237

간다라 불전 미술 속 여성들_살인자 앙굴리말라의 어머니/ 유근자

3. 살인자 앙굴리말라의 어머니      유근자/ 국립 순천대학교 연구교수    간다라 불전 미술 속 어머니 가운데 살인자 앙굴리말라의 어머니는 자식의 살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상이다. 석가모니 당시 희대의 살인자 앙굴리말라(Anguimala)의 어릴 때 이름은 아힘사까(Ahimsaka)인데, 그가 도둑의 별자리를 타고 나서 '아무도 해치지 말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앙굴리말라의 '앙굴리'는 손가락, '말라'는 목걸이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잘라내어 목걸이를 만든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위성에는 마니발타라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5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 가운데 앙굴리말라는 체력도 강하고 지혜도 뛰어났으며 모습도 훤칠했다. 어느 날 바라문이 집을 비운 사이 연심戀心을 ..

청담 순호의 마음 이해와 정화 인식(부분들, 다섯)/ 고영섭

청담 순호의 마음 이해와 정화 인식(부분들)          『청담대종사전서』 (전11권)를 중심으로          고영섭    청담은 평소에 6바라밀을 좋아하였고, 그 가운데서도인욕바라밀을 수행의 기치로 삼아 이를 적극 실천하였다. 그는 누가 뭐라하든 누가 헐뜯든 간에 인욕이었다. 누가 욕을 하건 누가 혹시 때리더라도 그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참았다. 이 때문에 그는 '인욕보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정화 불사만 해도 당시 송만암宋曼菴 교정은 '수행승'과 '교화승'으로 양분해서 점진적으로 정화해 가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선학원에서 제1차 수좌대회를 열고 효봉 대선사와 의논하여 '불법에는 대처승 없다'고 대처승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자고 하였다. 이 주장은 수좌대회에서 합의되어 청담은 이후 이승만 대통..

청담 순호의 마음 이해와 정화 인식(부분)/ 고영섭

청담 순호의 마음 이해와 정화 인식(부분)         『청담대종사전서』 (전11권)를 중심으로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前略)   그러면 마음이란 무엇인가? 우리 마음을 구성하는 심층마음인 아리야식과 표층의식인 자아의식과 분별의식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자아의식과 분별의식은 어떻게 심층마음으로 귀결되는가? 이처럼 마음의 지형에 대한 정의와 의미에 대한 물음은 불교의 근본적인 물음이 된다.   이후 출가자임에도 불구하고 모친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본문 p-128, '각주 11)'에도 상세 설명) 파계한 것을 깊이 참회하기 위해 금강산 비로선원에서 3년간 피눈물 나는 정진을 거듭하였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 산, 이렇게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운수행각을 한 지도 벌써 십..

학술서_『바보의 잠꼬대』/ 이창섭선생가훈(李昌燮先生家訓)전문

이창섭선생가훈李昌燮先生家訓(전문)      이창섭(1926_2000, 74세)   이제 나의 나이도 고희를 넘어 얼마 남지 아니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다음과 같은 몇 가지 말을 자손들에게 남기고 싶다.   1) 청렴하게 살되 인색하지 말아라!  우리 집안은 근세 약 백년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넉넉한 재산을 가진 집안이었다. 그러나 대대로 학문을 업으로 삼은 집안인 까닭에 사치를 엄중히 경계하였다. 내가 듣기로는 집안에 수십 명의 노비가 있었던 시절에도 닷새에 한 번은 콩나물죽을 끓여 먹었다고 듣고 있다. 아무리 재산이 넉넉하다 하더라도 사람은 청렴결백하고 음탕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구두쇠가 되어 인색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을 구휼하고 이웃의 불행을 도와주는 일에 결코 인색해서는..

이창섭 著 『바보의 잠꼬대』/ 주자가훈(朱子家訓)전문 : 이창섭 譯

주자가훈朱子家訓      주희朱熹/ 이창섭 譯     아비로서 귀히 여겨야 할 것은 자애한 마음이며  아들이 귀히 여겨야 할 것은 효도다  임금이 귀히 여길 것은 어진 마음이요  신하가 귀히 여길 것은 충성이다.  형이 귀히 여길 것은 사랑이요  아우가 귀히 여길 것은 공경이다  남편이 귀히 여길 것은 화목이요  아내가 귀히 여길 것은 유순함이다.  스승과 어른을 섬김에는 禮를 귀중히 여기고  벗을 사귐에는 믿음이 귀중하다.  노인을 만나면 공경하고 어린이를 만나면 사랑하라.  덕이 있는 사람은 나이가 비록 나보다 어리더라도 반드시 그를 존경하고  불초한 사람은 나이가 비록 나보다 많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멀리하라  다른 사람의 단점은 삼가 말하지 말고 자기의 장점은 절대로 자랑하지 말라  원수진 사람..

슬픔의 깊이와 애도의 시간(부분)/ 전해수

슬픔의 깊이와 애도의 시간(부분) 조디 피코, 『코끼리의 무덤은 없다』 전해수/ 문학평론가 조디 피코의 『코끼리의 무덤은 없다』는 동물학자 앨리스의 일지에 기록된 '코끼리의 슬픔을 이해하는 모습'을 통해서 애도의 방식을 보여준다. 2년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를 낳은 코끼리는 분만 중에 새끼를 잃거나 새끼가 자연사하는 경우 더욱이 여러 날을 식음을 끊고 새끼 주변을 배회하며 오랫동안 맴돈다. 그때는 슬픔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어미 코끼리를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것은 불문율,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거친 후에 어미 코끼리는 비로소 새끼 곁을 떠난다. (p. 184~185) 스토리를 간단하게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코끼리를 연구하고 돌보는 앨리스와 토마스 부부에게는 어린 딸 제나가 있다. 이외에도 기드..

격세유전의 문화적 밈 혹은 '가을 문명'의 한 소식(부분)/ 정효구

격세유전의 문화적 밈 혹은 '가을 문명'의 한 소식(부분) 정효구/ 문학평론가 · 충북대 교수 (···前略···) 2. '현대 향가'로 몸을 바꾼 '진화사'의 한 사건 호모 사피엔스인 현생인류에게 진화는 생물학적 차원과 더불어 문화적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여 널리 알려지고 놀라움이 섞인 공감 속에서 적극적으로 수용된 '주체'로서의 유전자의 꿈과 욕망과 권력에 대한 설명은 인간들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온 자아의식과 주체의식을 무색하게 만든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도킨스의 유전자 주체 이론은 인간의 자아의식이야말로 인연법에 의하여 가설된 '의식'의 형태에 불과할 뿐 '자아'란 본래 없는 것이라는 불교적 세계관과 인간관의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한..

시의 시대는 갔는가?(부분)/ 구모룡

시의 시대는 갔는가?(부분) 구모룡/ 문학평론가 시의 위상이 궁금하다. 문학 내의 위계가 아니라 한 사회 안에서 차지하는 문화적 비중 말이다. 아울러 시인의 위치도 의문이 간다. 역시 문학장 내부의 위치가 아니라 사회적 자기를 알고 싶다. 물론 이와 같은 사회학적 물음에 쉽게 답이 주어질 리 없다. 대중을 상대로 시와 시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질적이고 양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단지 오늘의 시를 누가 얼마나 읽느냐는 독자의 문제가 아니다. * 시의 사유화는 개성을 상품으로 받아들이는 자본주의 시장 원리와 무연하지 않다. 물론 시는 강력하게 반자본주의를 천명하면서 감각의 특이성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몇몇 노동 시인과 대안을 지향하는 생태 시인을 제외하면 시적인 것을 자기 지시적인 언어로 회수하는 탈정치적..

우리 시가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 박수빈

우리 시가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 박수빈/ 시인 · 문학평론가 만물이 급변하는 요즘, 혼란스러울수록 맑은 의식과 정체성을 찾게 된다. 예술을 통하여 인간은 정신의 고귀함을 일깨워 왔다. 나무가 그렇듯이 뿌리가 튼실하면 세태라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유 시가의 뿌리는 향가鄕歌다. 한자의 음音과 훈訓을 빌려서 향찰鄕札로 표기했으며, 진성여왕 때 대구 화상과 각간 위홍이 편찬한 『삼대목』은 향가 전문 사화집이다. 향가라는 명명에는 당시唐詩가 아닌 우리나라를 강조한 '국가國歌'로 주체적인 의지가 있다. 형식은 초기의 4구체에서 발전된 8구체, 삼국 통일기에 정형화된 10구체가 있다. 낙구 첫머리에 '아야阿也' 영탄구는 훗날 시조 형식에 영향을 주었다. 전승된 향가를 통해 우리는 미학적이며 서정적인..

2023_인천작가회의 신작소설선집『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부분들

2023 인천작가회의 신작소설선집 『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 부분들 이재은 외 * 이재은_「별들이 네 얘기를 속삭여」中 열다섯의 나는 어머니의 어머니인 박분분의 손에 맡겨졌다. 박분분은 아무도 모르게 내 손에 천 원 이천 원을 쥐여주거나 그녀의 지갑에서 잔돈을 흠쳐 하드를 사 먹고 돌아오는 일탈을 눈감아주었다. 나는 캄캄한 방에서 눈 감는 일을 무서워했는데 박분분이 배를 문질러주면 조금 안락해졌다. 껍질을 칼로 깎았는데도, 그래서 과도가 눈앞에 있는데도 박분분은 입으로 과실을 베어 입에 넣어주었고, 나는 그런 박분분에게 의지했다 내성적이고 붙임성이 없었던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바깥세상을 탐하기보다 책에 빠져 살았다. 소설은 나를 고독하고 안전하게 놓아둘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었다. 경험을 대신해주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