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18 이슬 프로젝트 - 18 정숙자 프리건//프리건(freegan)은 free와 vagan(채식주의자)의 합성어. 검색하면 몇몇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이 용어는 나 자신과도 무관하지 않다. 쓰레기의 최소화, 사물의 재활용, 검소한 일상 등에서 다소의 근접성을 가진다. “오염을 줄이고 생태 환경을 보호하려는 철..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7.25
이슬 프로젝트-16 이슬 프로젝트-16 정숙자 내가 딸기를 사지 못하는 이유// 값비싼 탓(특히 겨울딸기)도 있지만 그렇게 예쁜 걸 어떻게 먹나? 고 새빨간 색, 고 순한 살, 고 못난 씨… 사 나운 데라곤, 뻣뻣한 데라곤 없는 고걸 그냥 막 깨물어 먹는다는 게 왠 지 뭔가 잘못하는 일인 것만 같다 사과 배 무 당..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7.09
이슬 프로젝트-17 이슬 프로젝트-17 정숙자 페렐만*을 꿈꿈// 러시아의 가난한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 그는 백 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한 '푸앵카레의 추측'을 풀었다. 그 난제를 풀기 위해 7년 동안 집 중했다지만 그의 7년은 필부필부의 7년이 아닌 천재로서의 7년이었다. 2006년, 그는 수학의 노벨상인 필..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6.13
협시 7 협시 7 정숙자 결국 만나고야 마는 도플갱어// 선생님, 지금 붙잡은 이 글은 선 생님께 부치려는 두 번째 편지입니다. 오늘이 음력 섣달 스무나흘, 설이 바짝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내일부터는 차례음식 준비 에 들어가려 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따금 탁선(託宣)을 경험해왔습니..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5.13
협시 6 협시 6 정숙자 최승범 선생님께// 안부 여쭙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단 하루 도 푹 잠잔 날 없을 정도로 시간을 아끼는데도 왜 이렇게 늘 분초가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친필 서한을 받은 그때로부터 ‘원고 를 써야지!’ 별렀습니다만, 오늘에야 옷깃을 여미게 되었습니다.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5.13
이슬 프로젝트-15 이슬 프로젝트-15 정숙자 환상과 환원// 그 혹은 그 창을 만난 건 딱 한 번뿐이었다. 그 혹은 그 창 과의 조우는 아무래도 두 번일 수 없다. 딱 한 번 열린 그 혹은 그 창을 숫자 로 바꿀 경우 '100'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일그러짐 없는, 충만한, 얼룩 제 로의 설원쯤으로. 어떤 선입견도 여운..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3.05
이슬 프로젝트-14 이슬 프로젝트 - 14 정숙자 속독// (어떤) 책을 읽는데 세상이 읽힌다. 세상을 읽는데 사람이 읽힌다. 사람을 읽는데 비애가 읽힌다. 비애를 읽는데 이슬이 읽힌다. 이슬을 읽는데 밤이 읽힌다. 밤을 읽는데 뇌성이 읽힌다. 뇌성을 읽는데 폭우가 읽힌다. 폭 우를 읽는데 아침이 읽힌다. 아침..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2.24
측면의 빛 측면의 빛 정숙자 비껴서는 소리 굴러간다 어둠이 멈칫한다 점점 떠오르는 저 맑은 소리 속이 꽉 찬 구일까 (그렇다면) 수정구일까 결코 드러나지 않지만, 없지는 않은… 주름진 바람 편집하는… 기시감도 사뿐히 밀고 나아가는… 뻐꾸기가 정확히 열두 번 중얼거린다 00:00인 적 있다고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2.23
허무를 보았으므로 허무를 보았으므로 정숙자 하늘은, 딱히 누구를 지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십년 전이나 오늘이나 달라진 각도도 보이지 않는다 텅 비었지만 새로운 점 하나 찍지도 않고 그것이 그것인 얼룩만 뭉쳤다 푼다 그 하늘 가장자리서 그 하늘 바라보며 사는 우리는 그런데 왜 영문도 모른 채 뒤집어지고 꺾이고 휘말리고 찔리지 않는 날 없는 것일까 깎아지른 각오 한 줄 없이 어떻게 남은 생 건너갈 수 있으랴 내일까지만 밟히고 아니 한 사흘만 더 짓밟히고 강철커튼 한 벌 만들어 입어야겠다 현관에도 입히고 지붕에도 입히고 창문에도 입히고 심지어 침대와 천장에도 입혀두리라 그 투명강철커튼은 (바위가 닳도록) 수비지향의 의상임을 하늘 깊숙이 일러두리라 공격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는 고작 강철커튼이나 구상하는 것이다 가..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5.12.30
휨 현상 휨 현상 정숙자 침대에서 일으킨 발자국 거실로 이어진 아침 가로 놓인 테이블, 찻주전자, 펜랙(penrack)… 한 치도 변한 게 없다 쓰다 만 노트, 리모컨, 시계…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지나갔다 시간은, 다만, 밤사이 아침은 항상 그만큼의 선도로 새하얗다 어떤 아침을 막론하고 간밤에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