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274

허무를 보았으므로

허무를 보았으므로 정숙자 하늘은, 딱히 누구를 지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십년 전이나 오늘이나 달라진 각도도 보이지 않는다 텅 비었지만 새로운 점 하나 찍지도 않고 그것이 그것인 얼룩만 뭉쳤다 푼다 그 하늘 가장자리서 그 하늘 바라보며 사는 우리는 그런데 왜 영문도 모른 채 뒤집어지고 꺾이고 휘말리고 찔리지 않는 날 없는 것일까 깎아지른 각오 한 줄 없이 어떻게 남은 생 건너갈 수 있으랴 내일까지만 밟히고 아니 한 사흘만 더 짓밟히고 강철커튼 한 벌 만들어 입어야겠다 현관에도 입히고 지붕에도 입히고 창문에도 입히고 심지어 침대와 천장에도 입혀두리라 그 투명강철커튼은 (바위가 닳도록) 수비지향의 의상임을 하늘 깊숙이 일러두리라 공격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는 고작 강철커튼이나 구상하는 것이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