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2 이슬 프로젝트 -2 정숙자 스카치테잎// “←양해 바랍니다. 재활용 스카치테잎입니다(자연보 호!)” 이렇게 적힌 제 우편물을 받아보신 분 있을 거예요. 오늘은 여기 대한 말씀을 올리려 합니다. 언제부턴가 우체국에 끈이 사라졌어요. 여러 권의 책을 부칠 때나 작 은 상자를 포장할 때 예..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3.14
이슬 프로젝트-1 이슬 프로젝트 -1 정숙자 섭씨// 영하를 깎다가 혹은 당근 썰다가 칼날이 손가락 슬쩍 맛보았 을 때, 핏빛이 이슬빛이었으면 좋겠다. 붉음이 바로 당황과 아픔의 근 원인지 모른다. 어떤 이가 속으로 울 때, 그 눈물은 눈물일지라도 정녕 피눈물, 붉은-붉은-붉은 빛일까? 알 수 없다 지금도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3.14
이슬 프로젝트-0 이슬 프로젝트 ․ 0 정숙자 티저광고// 왜 꼭 거기였을까. 논밭이 많아 풀밭도 쇠고, 풀밭이 많아 곤충도 튀고, 곤충이 많아 새소리도 담뿍 키가 컸던 곳. 들판 가로지르는 냇물과, 냇물 속 물고기 살찌우는 구름과, 구름 속 유유히 뚫고 흐르던 제트기도 반달도 깔깔깔 반짝이던 곳. 그..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3.14
이슬 프로젝트/ 포엠포엠 이슬 프로젝트, 포엠포엠 정숙자 해 짧은 마지막 날// 이 날을 동지(冬至)라 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니 내일부 터는 낮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리라. 어떤 계절을 막론하고 하루는 모두 24시간이건 만 이 무렵엔 왠지 시간이 뭉텅 없어진 것만 같다. 흡사『어린왕자』의 ‘가로등지기 의 별..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3.14
이슬 프로젝트-4 이슬 프로젝트 - 4 정숙자 제트기류// 아파할 수 없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다. 날쌘 파도에 휩쓸렸 기에 아프다고 말하면 듣는 이도 아플 것이기에. 껄껄거릴 수밖에 없다. 혼 자 아플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조차 아프다고 말해선 안 된다. 자기 자신에 게 아프다고 말하면 자기 자신이 쓰..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2.26
이슬 프로젝트-3 이슬 프로젝트-3 정숙자 탑승// ……)) 출발을 위한 플래시몹. 대지의 위로. 그들은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 서랍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꽃! 받지 않는다. 호곡(號哭)! 원치 않는 다. 계보! 갖지 않는다. 기억을 쌓지 않는다. 화강암 깎지 않는다. 꼭지-어둡지도 골격-무겁지도 이퀄-뜨겁지도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2.26
유월 유월 정숙자 뻐꾸기 날으듯이 유월은 왔고녀 아버지 어깨 위에 무거웁던 풀지게 패랭이 붉는 날이면 더욱 더 그리워 -1982년 6월 25일 作 ( 등단 6년 전)- * 2013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아버지』에 발표 (지은 지 31년 만에- 글은 썩지 않기에- 이렇게)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2.03
김지현 김지현 정숙자 지현 엄마가 진료 받을 동안 지현을 봐주기로 짰다. 비치된 잡 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지현의 기분을 살리려고 아양피우는 나. …계속 사막이 펼쳐진다. “히야, 또 사막이네!” 별난 목소리로 장 황설을 늘어놓지만 지현의 표정 역시 사막의 선분을 유지할 뿐, 초 록빛이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12.25
퀴리온도 퀴리온도 정숙자 아직 죽음과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죽음을 이리저리 배치하네. 죽음에 관한 미로도 가꾸어내네. 겹겹으로 죽음에 포위된 자는 죽음은커녕 삶에 대해서조 차 한마디 못하고 마네. 이런 게 바로 말할 수 없는 것인가, 침묵해야 되는 것인 가, 아니 그게 아니라 침묵이 급습..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12.01
공무도주가(公無渡酒歌)-1 공무도주가(公無渡酒歌) 정숙자 임이여, 술에 빠지지 마오 임이여, 늦게 다니지 마오 임은 그예 술에 빠지셨네 임은 그예 늦게 다니셨네 요 령 :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앞소리 : 저 봉 너머 떴던 구름 종적조차 볼 수 없네 뒷소리 : 나무아미타불* 임을 묻은 이튿날이 여옥(麗玉)의 환갑날이었다네 그 아침에 여옥은 첫 상식을 올렸다네 참 야릇한 폭풍이 아닐 수 없네 환갑 선물이 무덤이었다니! 그 아침밥 홀로 깨물며 이긴 눈물은 뭣이었을까? 자갈이었을까? 쇠붙이였을까? 선지피였을까? 숯이었을까? 덜컥 그렇게 문득 하얗게 이렇게 저렇게 고려 적 여옥은 다시 *『韓國輓歌集』김제군편 p.642/편저자 奇老乙/1990 청림출판 -------------------- * 예술가 / 2013-가을호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