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 - 14
정숙자
속독// (어떤) 책을 읽는데 세상이 읽힌다. 세상을 읽는데 사람이 읽힌다.
사람을 읽는데 비애가 읽힌다. 비애를 읽는데 이슬이 읽힌다. 이슬을 읽는데
밤이 읽힌다. 밤을 읽는데 뇌성이 읽힌다. 뇌성을 읽는데 폭우가 읽힌다. 폭
우를 읽는데 아침이 읽힌다. 아침을 읽는데
엎드린 강이 읽힌다
엎드린 강을 읽는데 말 없는 바다가 읽힌다
말 없는 바다를 읽는데 끝없이, 끝없이, 끝없는 하늘이 읽힌다
*『시에』2016 -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