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23 이슬 프로젝트-23 정숙자 일 초 모으기// 일 초를 모으면 2초가 된다. 일 초를 모으면 3초 도 되고, 그걸 계속 모으면 시간이 되기도 한다. 돈은 벌어야 생기지만, 도둑맞거나 잃어버리거나 지출해야만 줄 어들지만… 일 초는 건드리지 않아도 소멸된다. 까짓 거. 아무 데나 널린 일 초. 너도..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06.16
사라진 말들의 유해/ 정숙자 사라진 말들의 유해 정숙자 현장을 떠난 말들이 붓두껍 속에 고이는 걸까 침묵을 건넌 말들이 거기 머물러 씨앗이 된다는 걸까 어디선가 다친 말 묻어버린 말 쓰러진 말 바람 소리 날려보지도 못한 하늘, 곳곳에 뿌려진 타인의 말도 때로는 익명의 필묵에 맺혀 가만가만 익어간다는 것일까 살얼음을 끼고 창가에 당도한 아침 입 속에서, 어깨뼈에서 덜컹덜컹 흔들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의 생존의 빙벽 어떤 회로를 타고 창궐했는지 구밀복검(口蜜腹劍), 참으로 당돌한 팔매질이다 말을 떠나서는 말이 될 수 없는 말 '살아남은 자가 이기는 자다' 이런 말이 공공연한 주술이 된 지도 오래… 말없이도 말이 되던 말다운 말 어떤 말에도 파묻히지 아니하던 실다운 말 그리운 그리, 운 말들 사라지는데 슬픈 문장이 멀리서 온다 * 이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04.11
이슬 프로젝트-21 이슬 프로젝트 - 21 정숙자 검법// 전혀 새로운 굴림이야, 짚을 수 있게. 전에 없던 주름이야, 뜯어 볼 수 있게. 어떻게 그렇게 (똑같으면서) 매번 조금씩 다를 수가 있지? 더듬을 수 있게 아찔함 간절함으로 머리도 어깨도 발목도 아닌 온몸 통째로 들어 바치는 도반 모든 것이라고는 할 수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04.10
이슬 프로젝트-22 이슬 프로젝트-22 정숙자 반투명의 시간// 천지에 널린 자유를 너에게도 좀 나눠주고 싶구나. 너 는 잘 모르겠지만 내 어린 시절 우리 친정엔 ‘토담-밭’이라는 게 있었단다. 멧갓의 끝자락에 있었지만 대문만 열면 몇 걸음에 오갈 수 있는 곳이었지. 그러니까 자그마한 남새밭이었어. 파,..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03.31
죽음의 확장 죽음의 확장 정숙자 하나의 죽음은 또 하나의 죽음을 안내한다 조금씩 조금씩 낯설지 않게 친숙의 문까지를 열어 보인다 고요한… 고독 그것에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온종일 전화 벨 한 옥타브 튀지 않아도 새소리만 멀리 걸려도, 중심에 죽음이 있다 일주일은 왜 열흘이 아니고 칠일인가..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03.30
흙북 흙북 정숙자 밤하늘이 저리 푸른 까닭은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가 높이 떠 빛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 별자리와 더불어 수많은 별들이,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많은 별들이 함께 어울려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아니! 우리의 눈이 가닿지 못하는 별들까지도 어디..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03.10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다시 파란 밤을 꿈꾸어야 할까요? 정숙자 낡았습니다 이제 어느 면이나 변에서도 속도는 더 이상 파란색이 아닙니다 길이, 예전의 하늘이 아닙니다 왜 그리 속도에 매달려온 것일까요 꼭 그래야만 했을까요 대체 왜?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사이 파란색은 희미해졌습니다 새빨갛던 태양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7.02.09
과일, 껍질도 먹지만 씨앗만은 먼 곳에 <생태+신작시와 산문> 과일, 껍질도 먹지만 씨앗만은 먼 곳에 정숙자 나는 남동풍과 풀잎과 함께 자랐다. 씨 뿌리고 수확하는 길 하나 에서 열하나까지 봤을 뿐 아니라, 그 그림자까지도 담아두었다. 점 점 파래지던 논밭이며 뙤약볕에 기절하던 호박잎이며 단명할지언 정 태양을 빼..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11.17
이슬 프로젝트-19 이슬 프로젝트-19 정숙자 종합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이 오성 나타나야 하는지를 미리 규정한다. 적 전환'으로 칸트는 철학사에 하나 판적vorkritisch', 그 이후의 철학을 '후 97):『프랑스 혁명론 Refections on the 로 된 책에서 버크는 유지적으로 성 적인 혁명의 개입을 통해 혼돈돠 폭정의 목적..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11.08
이슬 프로젝트-20 이슬 프로젝트-20 정숙자 나는 다른 별에 왔다// 이 별에 오기까지 많은 멀어짐이 있었다. 부모 형 제, 옛 친구, 선한 이웃, 예쁜 옷, 저자거리, 향기로 가득 찬 백화점…, 다 주 워섬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즐거움을 덜어냈다. 매우 복잡한 입체도형이 랄까. 단숨에 그릴 수 없는 왜곡과 기..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