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11 / 정숙자 이슬 프로젝트-11 정숙자 생존// 햇빛이 필요했다. (중이염이 엽록소를 축내고 있었다) 규격화된 저녁산책을 한낮으로 옮겼다. 외투, 털모자, 마스크와 장갑, 목도리도 단단 히 에둘렀지만 몰아닥친 한파가 슬픔을 보장하는 길, …로 안경을 걸치고 책을 읽으며 걸었다. 걷는 독서엔 몰입의..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5.03.05
이 꽃, 이 꽃들 이 꽃, 이 꽃들 정숙자 이 책, 이 책들이 나를 쓰러뜨리려 하네. 인해전술을 쓰네. 다 읽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 책들이 내 구석 진어깨를 어르고 짓누르고 원망하네. 펴보지도 못한 채 쌓여가는 이 책들이 오로라까지 장악하네. 매일 한참씩 만 어느 별에서 얻어올 수 있다면 좀 들춰보..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5.01.07
이슬 프로젝트- 9/ 정숙자 이슬 프로젝트-9 정숙자 홀로 익는 풀씨처럼// 지구를 알기 위해 지구 전체를 돌아다닐 필요 는 없다. 태어난 곳에서 한 생을 살다보면 모두 읽힌다. 하늘, 땅, 나무, 바람, 구름, 새… 사람, 사람들… 사람을 읽는 데서 지구는 끝난다. (무엇 이 사랑인지를 아는 것보다 무엇이 사랑이 아닌..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12.13
이슬 프로젝트- 8 이슬 프로젝트- 8 정숙자 달팽이 레이스// (볼펜만 잘 나와도 행복하다. 이 뻑뻑한 친구 던져버 릴수도 없고, 한 템포 늦게 기어 나오는 머리. 쥐어박고 싶지만 그랬댔자 내 주먹만 질릴 것이다.) 참겠습니다. 바닥까지 수행하겠습니다. 네네 알 겠습니다. 이런 짓도 쌓으면 탑이 될까요? 뱅..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12.07
자연림 자연림 정숙자 태어나자마자 달아나기 시작한다 버린다 꼬리가 잡히면 꼬리를 발가락이 들키면 발가락을 내버린다 스스로 유전자를 바꾸는 도마뱀은 구름 위로 날아가는 도마뱀은 체질 드러나지 않도록 어둠이든 늪이든 사막이든 달아난다 돌연변이 쪽으로 얼버무린다 결국, 해 뜨고 ..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8.10
이슬 프로젝트 - 7 이슬 프로젝트 - 7 정숙자 생존자 증후군(生存者症侯群, Survivor's Syndrome)// 세월호 침몰사고는 2014년 4월 16일 8시 48분 경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에서 발생했다. 세월호 탑승자는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325명과 선원 30명 등 총476명이었던 것..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6.26
이슬 프로젝트 - 6 이슬 프로젝트 - 6 정숙자 굴절파(屈折波)// 그렇게 작아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니어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맑아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한 끗 조용해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 거였다. 그렇게 그릇-되게 돌아가도 되는 거였다. 이미, 이 세상에 좋은 시는 너무나 많..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6.26
혈육한계선/ 정숙자 혈육한계선 정숙자 바닥도 모처럼 하늘을 맛본다 파일 수밖에 없는 길바닥 얕음얕음 고인 빗물에 하늘이 담겼다 여기저기 떨어진 하늘 사뭇 맑고도 깊다 길-바닥이지만 차마 발 들이지 못한다 그것만은 ‘아니다’ 에둘렀으나 오랜 바람이 잘려나간다. 한겨울이 거기 있었다. 해가-해가 겨우 뜬 해가, 하루-하루 밝아질수록 자-칼-자-칼 던지는 타인. 한 울타리 구근(球根)들이 어찌 날로 날카로운가. 슬픈 말조차 사라지는 문. 그림자 수북수북 흩어지는 벽. 휑한 그 지점이 바로 혈육한계선이다. “거리가 가장 가까운 별이라 해도 수 광년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 별들은 일찍이 그리하여..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5.15
실재계에서, 잠깐 실재계에서, 잠깐 정숙자 개라 부를 순 없다 꽃이라 매길 수도 없지 돌이라 할까 뭇 상징을 뒤져보지만 탐탁지 않다 에라, 오른팔이라 짚어버리자 좀 구식이지만 별안간 왼팔이 따뜻해지네 너무 세련되어 차가운 것보다는 그래! 날카롭기보다는 배설하지 않는다 씻지 않는다 예방접종 전..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4.07
이슬 프로젝트 - 5 이슬 프로젝트-5 정숙자 풍화비(風化碑)에 대한 주석// 널린 말이 태산인데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이 짚인다. 문장에 들이고자 했으나 찾지 못한 말. 그 <없는 말>은 긴히 필요한 자가 만들어 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천지간에 고인은 많고 비석과 비문 또한 부지기수다. 그 가운데 오.. 그룹명/나의 근작시 201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