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274

혈육한계선/ 정숙자

혈육한계선   정숙자                                                                   바닥도 모처럼 하늘을 맛본다 파일 수밖에 없는 길바닥 얕음얕음 고인 빗물에 하늘이 담겼다  여기저기 떨어진 하늘 사뭇 맑고도 깊다  길-바닥이지만  차마 발 들이지 못한다    그것만은 ‘아니다’ 에둘렀으나 오랜 바람이 잘려나간다. 한겨울이 거기 있었다. 해가-해가 겨우 뜬 해가, 하루-하루 밝아질수록 자-칼-자-칼 던지는 타인. 한 울타리 구근(球根)들이 어찌 날로 날카로운가.  슬픈 말조차 사라지는 문. 그림자 수북수북 흩어지는 벽. 휑한 그 지점이 바로 혈육한계선이다. “거리가 가장 가까운 별이라 해도 수 광년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 별들은 일찍이 그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