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 외 1편 이서하 다 자란 무는 슬쩍 잡아당기면 쑥 빠진다 이미 예상하였다는 듯 모처럼의 파란 하늘이 묻었다는 듯 무의 아래쪽은 달밤인 듯 희다 누가 시켜서 피는 꽃은 없지만 늦가을 비나 비행을 준비하는 홀씨들은 다 예상하는 일들이다 우리는 그 예상을 시간으로 쓰고 좋았거나 쓰라렸던 시절을 돌아본다 후회를 덜어 내고 회상을 소비한다 알 수 없는 앞날을 살아간다지만 모두가 예상하는 그 일을 향해 저마다의 예상까지 살아가는 일이다 본래 있었던 것들과 큰 풍파도 없이 곱게 늙은 사람일지라도 이미 다 알고 있어 꽃 피고 홀씨를 날리는 일을 따라 한해살이들을 보며 위안받는 일 어떤 대상 앞에서도 차분한 노인의 등에 업힌 손주는 아직 겪은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