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6 2

예상했던 일 외 2편/ 이서하

예상했던 일 외 1편      이서하    다 자란 무는  슬쩍 잡아당기면 쑥 빠진다  이미 예상하였다는 듯  모처럼의 파란 하늘이 묻었다는 듯  무의 아래쪽은 달밤인 듯 희다   누가 시켜서 피는 꽃은 없지만   늦가을 비나 비행을 준비하는 홀씨들은  다 예상하는 일들이다  우리는 그 예상을 시간으로 쓰고  좋았거나 쓰라렸던 시절을 돌아본다  후회를 덜어 내고 회상을 소비한다   알 수 없는 앞날을 살아간다지만   모두가 예상하는 그 일을 향해  저마다의 예상까지 살아가는 일이다  본래 있었던 것들과   큰 풍파도 없이 곱게 늙은 사람일지라도  이미 다 알고 있어 꽃 피고 홀씨를 날리는 일을 따라   한해살이들을 보며 위안받는 일   어떤 대상 앞에서도 차분한  노인의 등에 업힌 손주는 아직 겪은 일이..

별일/ 이서화

별일     이서화      별일이 많은 요즘  주위가 온통 환하다고 여긴다  별일이란 나누어진 일이고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다른 유영을 하고 있을 것 같아  별일을 별들의 일이라고 여긴다  별의별 일들이 많다는 건  별 뜨는 하늘만큼  맑은 날들이라고 위안으로 삼는다  간혹 꽃이 한창 피어나는 봄날  갑자기 내린 우박이 그치고  햇살이 비칠 때도 있듯  별꼴 모양의 별일들   그렇게 별의별 일들이 많다는 것은  그동안 조물주의 참견이 많았다는 뜻  보름달이 뜨고  저 무수한 별들의 참견으로  밤하늘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만  오늘과 어제가 맑았으므로  별일이란 무수히 떠서 빛나는 것이다   맑고 흐린 날  그 속의 바탕은 다르지 않다   오늘 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별이 떠 있다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