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철자법 김정자 장날 노점에 앉아 봄나물 파는 할머니들 박스 쪼가리에 적어놓은 나물 이름들이 조금씩 철자법 틀려 있다. 좀 틀리면 어떤가 원래 봄은 연하다, 연해서 아무리 제대로 적어놓아도 제풀에 시들거나 하늘거리는 법이라서 어떤 글자들이라도 조금씩 받침이 틀리고 기역자가 쌍기역으로 그 햇순이 늘어난다. 참나물, 방풍나물, 원추리 같은 이름들 조금 더 봄이 깊어지면 스스로 살이 올라 꽃피울 것이다. 봄의 근처는 멀어도 봄 조금 삐뚤어지게 적어도 다들 반듯하게 읽는다. 오래된 이름들도 봄엔 생각나지 않고 몇몇은 성씨도 이름도 제멋대로 기억나지만 찬찬히 떠올려 보면 이름들마다 다 꽃이 피어 있다. -전문(p. 149-150) ----..